전용언 기자
전용언 기자

 

이르게 불어온 찬바람만큼이나 업계의 소식도 매섭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공룡 기업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허리띠를 졸라맸고, 복지가 좋기로 이름난 여행사는 직원들에게 향하는 복지를 말 그대로 ‘올스톱’시켰다. 심지어 어떤 곳은 숙청의 칼을 꺼내들었다고 하니, 마냥 지켜보는 입장이면서도 덩달아 몸을 사리게 된다. 추운 계절이 다가오면서 그 공포감은 더더욱 배가된다. 직원 입장에서야 칼바람이 부는 시기에 밖으로 나돌아 다닐 수 없으니, 안주머니에 품고 있던 사직서를 주머니 더 깊숙한 곳으로 넣어두는 수밖에 없다(고들 얘기한다).


답답한 건 여행사도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침체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 예상되면서 사람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옆자리 직원의 등을 떠미는 것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오늘 ‘우리’를 함께 복창하던 직원이 당장 내일부터 남이 돼버리는 것도 몹시 야박한 일이니까. 그저 회복될 때를 숨죽여 기다리며 직원들의 업무집중을 독려하는 수밖에.


한눈 팔 새 없이 치열한 시기이기는 하지만, 잠시 한발 물러서 살펴보면 의문이 생기기는 한다. 당장의 경제 불황을 가까스로 넘기고 나면 승승장구할 날이 틀림없이 오냐는 거다. 여행은 전례 없던 흥행을 구가하는데 반해 여행사들은 작금의 난관 앞에서 주린 배만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언젠가 경기가 회복되고 나면 ‘경제 때문에’라는 변명의 여지조차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해고 통보로 무게를 줄인다면 분면 당장의 입을 덜 수 있겠다. 허나 겨울을 꿋꿋하게 보낸 후 봄날이 오면 그때 가서 상품을 판매하고 손님과 상담할 일손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허겁지겁 사람을 구한데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소문 빠르기로 유명한 여행업계에서 직원을 버린 기업은 오래도록 구설수에 오를 게 자명하다.


일찌감치 기록적 한파가 예고된 올겨울, 유난히 퇴사자들의 작별인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제아무리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이라지만 생존을 위한 시장의 논리가 얄궂게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전용언 기자 eo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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