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느 산으로 갈까나, 욕심을 부리니 가을의 길목에서 마음만 조급하다. 
이참에 남도 무등산 가을빛에 물들까보다. 

광주 무등산 의상대
광주 무등산 의상대

 

무등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웠다. 광주역과 버스터미널은 물론이고 주요 도심에서 무등산 등반에 가장 대표적인 출발점인 원효사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오르내린다. 몇 번 버스를 타야 할지는 해발 1,187m 무등산 높이만 알면 된다. 무등산행 1187번 버스. 누구의 생각인지 재치가 그만이다. 이제는 두 다리가 시동을 걸 차례다. 원효사 입구에서부터 느티나무, 팽나무, 단풍나무 등 신록이 우거진 산길을 걷는다. 10월 언저리라 그런지 아직 울긋불긋 단풍은 구경하기 어려웠지만 초록 잎사귀 가운데 간간이 볼그레한 빛이 물들어 있으니 왠지 더 반가운 기분이 든다. 그렇게 두 시간여를 걸으면 장불재에 닿는다. 탁 트인 산등성이에 억새가 바람 따라 몸을 누이니 그 몸짓 따라 콧노래를 흘려보낸다.


장불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억새 틈을 비집어 길을 나선다. 고개 들면 보이는 주상절리 입석대가 지척이다.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급격히 식을 때에 부피가 수축되면서 규칙적인 틈새가 생긴다. 


이때 그 틈에 의해 단면의 모양이 육각형이나 삼각형의 긴 기둥 모양으로 형성되는 지형을 주상절리라고 한다. 보통 해안지대에 형성되는데 무등산 정상부의 입석대와 서석대 역시 약 7,0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상절리 지형이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용암 분출이라기보다는 화산재가 압력을 받으면서 형성된 것으로 산꼭대기에 이 같은 주상절리가 형성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어쩌면 원효사에서 장불재까지 세 시간여의 산행보다 입석대를 거쳐 서석대까지 주상절리 돌기둥이 무너져 쌓인 너덜겅을 타고 오르는 0.9km 남짓의 주상절리 구간이 더 버거울는지 모르겠다. 억새 잎을 날갯짓하게 만드는 가을바람이 귀 뒤를 얼얼하게 만드는데도 가슴팍은 후끈거리고 목 깊숙한 곳에서 살짝 비릿한 내가 올라왔다. 무등산 옛길을 따라 산꼭대기 가파른 비탈에 병풍처럼 도열한 주상절리 서석대 위를 막 밟았을 때에 말이다. 가다 멈추면 아니 간만 못하나니, 아득하게 물결치는 산자락이 빛고을 광주를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숨이 차올라도 꾹 다물고 있었던 입술이 절로 벌어진다. 무등에서는 초록도 동색이 아니거니와 무등 너머로 초록이 쌓여 쪽빛을 퍼트리는 풍경이라니. 아! 이 단말마밖에는.


무등을 넘는 옛길만큼이나 무등 언저리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시골길을 에돌아 걷는 ‘무돌길’도 못지않은 운치를 뽐낸다. 무등 자락이 여러 지역으로 발을 뻗고 있으니 약 50km 무돌길을 모두 걷자면 광주에서 담양, 화순을 거쳐 다시 광주에 이르게 된다. 15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내키는 구간을 골라서 거닐어도 좋다. 버스 한두 정거장 거리도 걷는 게 쉽지 않았던 날들에 빚을 진 것마냥 걷고 또 걸어 본다. 예부터 광주 사람들은 무등을 어머니 산이라고 했단다.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고 포근하다고. 걸어 보니 알겠더라. 그 길 참 정답더라. 

무등산 서석대 정상에서 바라 본 광주
무등산 서석대 정상에서 바라 본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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