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이성균 기자

연말이 되면 내년을 위해 소소한 다짐부터 원대한 목표까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때 지겹게 들어가는 게 있는데 바로 다이어트다. 감량에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내년에는 나를 비롯해 텍스트로 폭격을 맞은 몇몇 여행사의 홈페이지도 반드시 성공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2008년 아이폰3G, 2010년 아이폰4의 국내 상륙과 함께 텍스트와 이미지를 소비하는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직관적인’이라는 형용사가 사용자 인터페이스 구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 똑같은 내용도 좀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화면이 각광을 받았다. 그 영향은 현재까지 다방면에 미쳤으며, 결과적으로 이미지는 시원시원하게 텍스트는 최소화한 구성이 인기를 얻게 됐다.  


이런 시류에 맞춰 각종 기업 홈페이지의 첫 화면도 텍스트를 줄여 가독성을 높였다. 여행업처럼 각종 약관을 비롯해 수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보험업도 삼성화재, 오렌지라이프를 필두로 메인 페이지만은 최대한 가볍게 구성하는 양상을 보였다. 토마스쿡, 에어비앤비 등 여행 관련 기업의 홈페이지도 메인 검색창과 여행 국가명, 투어 종류 등 최소한의 설명을 담은 카테고리만 노출시켜 첫 페이지의 직관성을 강화했다. 


여행자들이 정보를 얻는 방식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여행지 선택에 필요한 1차적 정보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와 TV 예능 등을 통해 획득한다. 여행사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면 목적지에 대한 윤곽은 나왔기 때문에 깔끔한 화면과 선호 목적지의 상품으로 고객을 이끌 수 있는 검색창이 먼저 눈에 띄어야 한다. 따라서 ‘★노팁·노옵션·노쇼핑·자유시간, 낭만 흐르는 홋카이도 겨울여행 세미팩 5일★’ 등 지나치게 긴 상품명이 주를 이루거나 주식시장 전광판을 방불케 하는 첫 화면은 소비자들의 뒤로가기를 재촉할 뿐이다. 


하지만 8년째 유행하고 있는 직관성 숙제조차 끝내지 못한 여행사들이 눈에 띈다. 심지어 숙제를 마쳐야 할 기한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텍스트를 달가워하지 않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의 여행시장 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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