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수
오형수

정부가 ‘협력이익공유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하도급거래 등의 협력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사전에 약정한 기준에 따라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수익에 대한 중소기업의 기여분을 인정하고 합당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서 중소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자는 취지다.

영국의 항공 엔진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는 새로운 에어버스용 항공 엔진 개발을 위해 필요한 10억 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사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대신, 투자금에 비례해 판매수익을 배분하고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위험·수익 공유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Trent500’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롤스로이스는 엔진 개발 성공으로 민간항공기 엔진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33~34%까지 높여 세계 2위의 항공기 엔진 제조사가 됐다.  

정부는 제조업을 협력이익공유제의 주요 대상으로 선정하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생과 혁신성장을 위해 협력이익공유제가 절실히 필요한 곳이 바로 여행업이다. 현재의 대형여행사-중소여행사(대리점)-현지여행사(랜드사)-가이드 순서로 하청과 재하청이 이뤄지는 여행업 생태계는 위기가 닥치면 필연적으로 가이드-현지여행사-중소여행사(대리점)-대형여행사 순으로 적자와 폐업하는 구조다. 최근 중소여행사의 폐업과 실적 부진은 여행업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증거다.

대형여행사 역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줄어 비상경영이나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지만, 적자를 보거나 폐업의 위협에 시달리지 않는 여행업 생태계의 최상위 위치에 있는 그들은 중소여행사와 현지여행사 그리고 가이드의 힘에 겨운 생존 투쟁은 여전히 남의 집에 붙은 불일뿐이다.

이제는 대형여행사가 먼저 나서서 협력이익공유제와 같은 새로운 상생 협력방안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공멸만이 남아있다. 초식 동물이 굶어 죽으면 사자는 한동안은 사냥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많은 아주 짧은 풍족한 기간을 보낼 수 있지만, 초식동물 사라지면 사자는 결국 굶어 죽는다. 여행업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대형여행사가 중소여행사의 폐업과 가이드의 전직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형여행사와 중소여행사, 현지여행사, 가이드의 협력이익공유제는 어떻게 운영돼야 할까?  


여행업에 협력이익공유제를 가장 쉽게 적용하는 방법은 고객 유치와 상품판매 그리고 서비스에 기여한 비율에 따라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업무분장으로 이익 기여도를 추정할 수 있는 제조업과 달리 여행업에서 이익 배분 기준을 만들고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여행업의 협력이익공유제는 제조업과 다르게 기존 상품의 판매와 이로 인한 이익 배분 보다는 신상품개발과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협력업체의 노하우와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의 일정 부분을 나누는 방식이 좋을 것이다.

전문가(여행사직원)와 아마추어(여행자)의 전문성 경계가 사라진 현재의 여행시장에서 신상품과 새로운 서비스 개발은 대형여행사의 비전문가 직원이 아니라 진짜 전문가인 현지여행사와 가이드가 개발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신상품과 서비스를 대형여행사에 공급하고 상품 판매 이익의 일부를 신상품개발비 또는 서비스개발비로 지급하는 여행업 맞춤 협력이익공유제가 필요하다. 대형여행사는 과도한 고용을 줄여 비용 개선과 급여 인상에 사용할 수 있고 중소여행사와 현지여행사는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신상품 개발과 신서비스 개발을 협력회사와 함께 진행하여 비용과 위험성을 줄이고 협력회사의 수익도 보장할 수 있는 최고의 혁신성장 모델이다. 

여행업 협력이익공유제는 대형여행사에는 ‘불확실한 행복’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형여행사와 중소여행사, 현지여행사의 관계와 구조는 ‘확실한 불행’이다. 확실한 불행이냐 불확실한 행복이냐의 선택의 갈림길이다. 여행업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
 

오형수
K-TravelAcademy 대표강사
hivincent@naver.com

*K-Travel아카데미 오형수 대표강사는 하나투어 인재개발총괄팀장을 거쳐 현재 여행업 서비스 개선과 수익증대, 성과창출을 위한 다양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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