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언 기자
전용언 기자

안 하는 것 빼고 다 한다는 카카오가 이번에는 카풀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상에는 ‘논란의 카풀 서비스, 제가 한 번 타봤습니다’라는 식의 글도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거나 배차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의견은 갈렸지만, 어렴풋했던 ‘공유경제’가 일상에 근접했다는 것 만큼은 분명했다.


여행업계와 밀접한 공유경제라면 역시나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숙박 서비스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1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을 관광편의시설업으로 추가했다. 에어비앤비가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한 게 2013년이니, 법안을 마련한 건 그리 늦지 않았던 셈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현행법 상 도시지역에서의 공유숙박은 외국인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물론 공유숙박 서비스의 확대를 위한 시도는 있었다. 2016년 국회에서 내국인에게도 도시지역 공공숙박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숙박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9월에 통과된 규제프리존특별법에서도 공유숙박 관련 내용이 누락됐다. 몇 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강조하는 ‘공유경제의 시대’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미 해외여행을 통해 공유숙박 서비스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이 황당하기만 하다. 말도 안 통하던 외국에서도 잘만 이용했던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는 불법이란다. 공유경제 서비스를 일찌감치 경험한 시민들의 인식은 이미 저만치 앞서있건만, 제도는 하염없이 제자리만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흐르는 물을 막을 수 없듯, 밀려오는 공유경제의 흐름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해외에서도 공유숙박 서비스와 관련된 대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도입 여부를 두고 3년 넘게 골머리를 썩이던 LA시는 지난 11일 조례안을 통과시켜 공유숙박 서비스를 허용했다. 동시에 조례안에는 분명한 규제 방안도 담았다. 반면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공유숙박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공유경제는 한국사회에 성큼 발을 들였다. 이제는 마냥 미뤄둘 수 있다는 착각일랑 접어야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상생을 위한 더 나은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터놓고 대화에 나서야 할 때다.

 

전용언 기자 eo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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