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공유민박의 경제학
[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공유민박의 경제학
  • 이상현
  • 승인 2018.12.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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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br>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주말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자신을 ‘걷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영화배우 하정우가 쓴 수필집 <걷는 사람>이었다. 


하정우는 주로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몇 년 전에는 미술 전시회를 열었고, 이번에는 수필집을 출판했다.  영화배우, 화가, 그리고 작가로 멋지고 다양한 삶을 사는 그는, 2013년에 영화 <롤러코스터>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이력도 있다. 그는 이후 <허삼관>도 연출했다. <롤러코스터>가 개봉할 당시 비슷한 시기에 영화배우 박중훈도 <톱스타>를 선보이며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두 톱스타가 연출한 데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으니 두 영화는 자연스레 비교의 대상이 됐다. 한 매체의 기자가 박중훈에게 그에 대한 소감을 묻자 박중훈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두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서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달리기는 제로섬 게임이지만 영화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재미있으면 두 영화 모두 사랑받을 것이다.”


박중훈의 말처럼 영화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나와 경쟁하는 선수가 이기면 내가 모든 것을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것이다. 제로섬(Zero Sum)이라는 용어는 매사추세츠 공대 레스터 서로(Lester Thurow) 교수가 쓴 <제로 섬 사회>로 유명해졌다. 경제학, 심리학, 정치학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는 개념으로, 승자의 득점은 곧 패자의 실점으로 직결된다는, 달리 말하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 의존적인 상황에서 총합(Sum)이 제로 (Zero)가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내 친구 Y 팀장은 40대 회사원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는 20대 시절 개봉하는 영화를 빠짐없이 보았다. 하지만 업무와 육아가 겹친 30대를 지나고 최근까지 영화관을 거의 찾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게 됐고, 그것을 계기로 다시 영화 관람의 재미에 빠져들어 주기적으로 영화관을 찾고 있다. 


Y 팀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다른 영화의 흥행을 가로막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영화에 관심이 없거나 한동안 영화를 잊고 지냈던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면 구매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지듯이 영화산업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 효과는 영화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동종 업계 상인들이 한곳에 모여 서로 배우고 경쟁하며 전체 매출을 증가시키며 윈윈(Win Win)하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의 강남역에는 수많은 카페와 주점이 모여 있고, 명동에는 화장품 가게가, 동대문 근처에는 옷가게가 밀집해 있다.


시장경제는 자칫 제로섬 게임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실상은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워준다. 여행산업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들은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숙박이나 대안숙박이 숙박업 시장에 위협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님을 데이터가 증명해준다. 호텔은 하루 이틀 단기로 한두 명의 투숙객이 주를 이룬다면, 에어비앤비는 평균 3일 이상으로 투숙객 규모도 3명 이상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이 5일 이상 머무는 장기 여행을 하고 있다.


많은 여행자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그동안 쉽게 갈 수 없었던 곳을 여행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나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려면 취사시설이나 세탁시설, 그리고 호텔방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에어비앤비를 통해 다른 사람의 집을 통째로 빌릴 수 있어서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높은 비용이나 숙박시설 부재로 갈 수 없었던 여행지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자신의 집을 공유하는 호스트 덕분에 여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나아가 색다른 여행지와 숙소에서 머물고 싶어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모두 그동안 꿈만 꾸어왔던 여행을 에어비앤비를 통해 다녀올 수 있었고, 덕분에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자주, 더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고 말한다.


공유숙박업과 기존의 숙박업이 제로섬 게임이냐고 묻는다면, 우문에 현답을 내놓은 박중훈의 명언을 빌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여행과 숙박도 제로섬 게임이 아니니, 좋은 숙소라면 둘 다 사랑받을 것입니다.” 
여행산업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총괄 대표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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