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대구사람처럼 먹고 마셨다. 사람들을 꽉 잡고 있다는 맛을 찾아 시장을 누볐다. 맛있게! 

●납작만두 다음 섹시한 떡볶이


조선 중기 ‘대구장’으로 시작한 서문시장은 5,520여 개 점포에서 3만여 명의 상인들이 일하는 대구 최고의 재래시장이다. 


서문시장은 먹방 스튜디오다. 굽고, 볶고, 끓이는 냄새의 향연이 펼쳐진다. 나뭇잎형손만두, 삼각만두, 양념어묵, 몬나니떡볶이, 무떡볶이 등등 가득하다. 이번에는 삼 세 판만 뛰었다.  


첫 번째 라운드. 납작만두는 요물 중의 요물이다. 넓적하고 납작한 것이 많이 못 먹을 것 같지만 어느새 입 안으로 10장째 들어가는 중이다. 서문시장에서 납작만두 맛집은 단연 ‘미성당’이다. 1963년에 시작해 현재는 서문시장 내에도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배에 담는 걸로는 부족해서 묶음 네 개를 포장했다. ‘맛만 보리라’는 다짐은 완패다. 


두 번째는 일생의 소울푸드 트리오, 떡볶이와 김밥, 순대다. 커다란 프라이팬에 보글보글 거품을 올리고 있는 ‘김민경의 섹시한 떡볶이’는 요새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떡볶이 맛집이다. 밀가루떡을 사용하는 ‘순한맛’은 학교 앞 분식집 옛 떡볶이의 추억을 즉각적으로 소환했다. 특제 고추장으로 끊인다는 ‘매운맛’과 ‘순한맛’을 섞으면 ‘중간맛’이 된다는데, 아침부터 주문이 쇄도한다. 


마지막 라운드로 포스가 남달랐던 칼국수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정확히는 집이 아니고 ‘코너’다. 딱 한 사람만 들어가서 움직일 수 있는 크기의 노점의 두 면을 포위한 것은 주방이고, 다른 두 면은 테이블이다. 주문을 받자마자 비닐봉지에서 반죽을 꺼내 밀대로 주욱 늘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밀기를 몇 번 반복한 반죽에 밀가루를 솔솔 뿌려 돌돌 만 후에 칼로 석석 썰으니 국수가락으로 변신했다. 그야말로 투박한 손칼국수다. 완성된 면은 들통으로 직행해 삶아진 후 육수와 함께 그릇에 담겨 나왔다. 통통하고 쫄깃한 국수가 뱃속으로 들어가자 아우성이 들려왔다. ‘이렇게 맛있는 칼국수는 처음!’이라고.   

●닭똥집이냐 곱창이냐 


대구에 오면 안지랑곱창골목을 가 봐야 한다. 가성비 최고다. 대구 곱창이 유명해진 것은 고령, 김천, 창녕 등 인근 도축장에서 공급하는 싸고 신선한 재료 덕분이라는데 안지랑에서는 재료를 공동구매한다. 하지만 누린내를 제거하는 방법과 소스의 비법은 60여 개 식당마다 다 다르니 두루 맛보며 감별해 보자. 곱창과 자웅을 겨루는 대구 명물이 치맥이라면, 그 아성의 지류에는 닭똥집튀김이 있다. 원조집 ‘삼아통닭’을 시작으로 1972년부터 형성됐다는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는 점심부터 새벽까지 고소한 튀김 냄새가 진동한다. 메뉴 발전사는 통닭과 비슷하다. 튀김에 이어 양념똥집, 간장똥집, 누드똥집, 파똥집까지 나왔다. 오늘밤 똥맥 한잔 어떠신가?


●매콤알싸한 중독성, 찜갈비


‘동인동 찜갈비 골목’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대구 동인동에서는 1970년대부터 찜갈비를 먹기 시작했는데, 전쟁 후 가난하던 시절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고기를 담아 연탄불에 구워 먹은 게 유래다. 이후 인근 직장인들이 퇴근 후 술 안주로 찾기 시작하면서 찜갈비 집이 여기저기 문을 열었다고. 조그만 가게들이 서로 합쳐져 지금은 꽤 규모가 있는 식당들이 죽 늘어선 골목을 형성했다. ‘벙글벙글’은 동인동 찜갈비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해도 무방하다. 지난 40년간 가게를 운영해 온 사장님은 이젠 찜갈비의 당연한 짝꿍이 된 백김치를 처음 손님상에 올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구의 찜갈비는 간장 양념이 아닌 고춧가루 양념을 사용해 그 맛이 얼핏 떡볶이 같기도 하다. 끝 맛이 알싸하게 매콤한 갈비는 깔끔한 백김치나 새콤한 쌈무, 각종 채소와 잘 어울린다. 그 맛이 중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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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자유 & 경주역사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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