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국사 교과서에 나온 것이 여행의 전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의 경주는 신라의 역사와 함께 지금의 감성이 가미된 공간들이 즐비했다.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경주의 작은 골목길까지 넘나들었다.

겨울 초입의 첨성대에는 노란 단풍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겨울 초입의 첨성대에는 노란 단풍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마다의 추억이 깃든 한국인의 여행지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경주. 수학여행, 내일로, 계모임 등의 이유로 한 번은 가봤을 그런 곳이다. 대표적인 명소로 불국사, 석굴암, 분황사 등 신라시대가 중심이 되지만 최근에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동궁원, 황리단길 등 젊은 콘텐츠들이 가세하면서 한층 다각화된 모습을 뽐내고 있다.


특히 경주 시내는 몇 걸음 뗄 때마다 핫플레이스가 몰려 있어 도보여행에 딱이다. 경주 시내에서 즐기는 도보여행은 동궁과 월지에서 시작해 첨성대, 계림, 내물왕릉, 교촌한옥마을, 황리단길로 이어진다. 이 여정을 먹고, 쉬고, 사진 찍는 등 다채롭게 즐기기 위해서는 반나절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한 곳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을 만큼 각각의 매력으로 꽉 채워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도보 여행에 앞서 워밍업으로는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이 좋다. 연구원이 오랜 세월동안 가꿔온 산림자원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걷는 맛이 있다. 연구원에는 무궁화, 소나무, 철죽, 매화나무, 소사나무, 모과나무 등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도지정문화재등 수십만본의 산림자원을 누릴 수 있다. 여행자는 나무공장이자 공기정화기, 초록병원, 자연미술관인 이 공간에서 소중한 산림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도보 여행의 출발점인 동궁과 월지는 안압지 서쪽에 위치한 신라 왕궁의 별궁터다. 이곳은 여느 부속건물들과 다르지 않게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면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연회를 베푼 장소다. 그런 배경때문일까. 동궁과 월지는 아직도 연회장으로 쓰이는 것처럼 단정하게 관리돼 여행자를 맞이한다. 나홀로 여행자부터 연인, 부부,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온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 세대가 이곳을 찾아와 경주의 여유를 만끽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동궁과 월지에서 걷기의 참맛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다음 장소는 경주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첨성대를 경유해 계림, 내물왕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첨성대 주변은 계절마다 색감이 다른데 봄에는 노란 유채꽃, 여름에는 초록으로 꽉 찬 나무와 잔디, 가을에는 단풍과 핑크뮬리, 겨울에는 누르스름한 잔디밭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은 자칫 쓸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적인 첨성대를 걸어 다니며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 첨성대를 지나면 느티나무가 우거진 숲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계림이다. 이곳은 흰빛 닭의 울음소리를 따라 들어갔더니 숲 속에서 금궤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아이가 태어난 설화가 담겨있다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경주 김씨의 시조가 된 김알지다. 계림의 얽힌 탄생설화를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돌무지덧널무덤의 양식으로 축조된 둥근 무덤을 볼 수 있는데, 이 무덤은 신라의 국가체계를 확립하고, 왕호로 마립간을 사용한 내물왕의 능이다. 광개토대왕의 도움을 받아 왜군을 물리치는 등 그의 업적, 신라의 화려함과는 대비되는 소박한 능의 모습이 여운을 남겼다. 


오래된 역사 길을 마치면 비교적 최근과 맞닿아있는 한옥마을에 다다른다. 경주교동 최씨고택 등이 자리 잡은 교촌한옥마을은 경주 시내의 유명 관광명소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를 추천한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한복을 대여할 수 있기 때문. 장소는 최씨고택이 딱이다. 보통 경주 최부자댁 또는 최진사집으로 널리 알려진 이곳 주인은 선한 영향력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손꼽히는 곳이라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명소들을 알차게 돌아다녔다면 먹는 즐거움도 챙겨야 한다. 황리단길과 교촌한옥마을 중간에 경주 향토 음식인 곤달비 비빔밥과 6부촌육개장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어 시선을 끈다. 이 두 음식은 경주시에서 맛과 품질을 이어가기 위해 지정된 음식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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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경주의 핫플레이스를 가다!]

 

글·사진=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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