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땐 신경이 곤두선다. 사정이 넉넉할 때야 조금 헤프게 쓰더라도 잔고가 남아있으니 어영부영 눈 감고 넘어가지만, 곳간이 바닥을 보이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생존을 위한 소비 전략은 이때부터다. 불필요한 지출은 무엇인지,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매기고 지갑을 여닫는다. 슬프지만 그래야 산다. 


지난해 여행 경기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여행사들은 힘든 한해를 보냈다. 때문에 파산한 여행사도 다수였고 살아남은 여행사들은 하나둘 비용절감을 위한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10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로 들어간 데 이어 올해 1월1일부터 ‘대팀제’ 도입으로 조직 구조를 정리했고 모두투어는 지난해 12월 희망퇴직자를 접수한 바 있다. 공론화되진 않았지만 중소여행사들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임원들의 카드 한도나 회식비가 하향되거나 조직개편을 통해 잉여 업무를 줄이면서 구조조정 소문도 불거졌다. 급여 지급이 밀리거나 임금 동결·삭감, 성과급 미지급 등의 어쩔 수 없는 강수를 둔 곳도 있다. 소소(?)하게는 직원들을 위한 복지 지원 정책 일부가 당분간 스톱되기도 했고, 한 여행사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정품 설치를 금하며 저작권이 무료인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기도 했단다.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긴축정책의 결을 보면 각사의 예산 정책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가늠케 한다. 


지난해부터 여행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각자 여러 가지 지침을 세우고 시행했다. 이에 따라 사내 임직원들의 불만을 사거나 매출에 영향이 나타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새해에도 여행 경기가 썩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팍팍해진 살림을 현명하게 꾸려 나가야 하는 것 또한 실적만큼 중요한 숙제다. IMF며 911 테러, 질병 등 외부적 위험 속 수차례의 위기에도 살아남지 않았는가. 지난 위기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예측과 강한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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