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림 같은 언덕 위 미술관 
신리성지·순교미술관 

너른 잔디 너머 미술관이 우뚝 서 있다. 지난해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아 신리성지에서 문을 연 우리나라의 유일한 순교미술관이다. 푸른 언덕 위 콘크리트 외벽의 미술관은 꽤 이국적인 모습이라 이를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으러 모이는 발걸음도 상당하다. 미술관 외에도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구석구석이 모두 ‘포토존’이다. 

사실 신리성지는 우리나라 천주교에서 중요한 거점이다.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주교가 거주했던 곳으로 바닷길과 인접해 당시 프랑스 선교사들이 입국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순교미술관에는 혹독했던 천주교 박해 속에서도 굳건한 신앙을 지켜온 성직자들의 모습과 다양한 기록들이 보관돼 있다. 신리성지를 중심으로 한 평야지대인 내포지역에 대한 유래와 천주교의 역사, 병인박해 등도 자세히 기록돼 있어 그동안의 시간을 따라 여행하는 맛이 쏠쏠하다. 전망대라고 하기엔 4층 정도의 높이지만 맨 꼭대기 야외 테라스에도 출입이 가능하다. 계단위로 쏟아지는 빛이 눈부셔 천국을 오르는 기분이랄까. 

주소: 충남 당진시 합덕읍 평야6로 135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은 듯한 모습의 합덕성당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은 듯한 모습의 합덕성당

 

#4. 붉은 벽돌처럼 따뜻한 당신 
합덕성당  

당진에는 버그내순례길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고향인 솔뫼성지, 합덕성당, 합덕제, 원시장·원시보 형제의 우물, 무명순교자의 묘, 신리성지까지 이어지는 13.3km의 순례길이다. 합덕지역은 천주교 신앙이 가장 적극적으로 전파된 중심지이자 가장 많은 순교자들을 배출한 상징적인 곳이다. 마을의 가장 중심이었던 합덕 장터의 옛 지명 ‘버그내’를 따와 버그내순례길이 탄생했다. 

합덕성당은 버그내순례길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충청도 최초의 본당으로 1890년 지어진 양촌성당을 1899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다. 두 개의 탑이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형상으로 붉은 벽돌이 경건하고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더한다. 때문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상당하다. 최근 본당 옆에는 작은 카페 ‘부엔 카미노Buen Camino’가 생겼는데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정원과 제법 잘 어울린다. 

주소: 충남 당진시 합덕읍 합덕성당2길 22 

 

#5. 폐교의 재발견 
아미미술관 

아미미술관은 SNS 이용자라면 한 번쯤은 봤을 거다. 전시관 복도 천장에 설치된 반짝거리는 조형물을 배경으로 청순하면서도 감성적인 사진을 올린 이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박기호 작가와 구현숙 설치미술가가 폐교에 예술을 입혀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미술관 밖 너른 운동장이며 네모반듯한 창문과 의자 등 구석구석에는 이곳이 분명 학교였음을 짐작하게 할 만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다. 

내부 전시실은 5곳으로 기획전 및 상설전시장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사진강좌나 무겁고 어려운 공간이 아니라 친근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미술관으로 지금은 ‘고양이’를 주제로 기획전이 한창이다. 작가의 특색이 묻어나는 그림이나 콜라주, 공예, 설치작품 등이 미술관 구석구석에 전시돼 있다. 고양이 집사가 아니더라도 앙증맞고 센스 있는 작품 앞에서 언 마음이 녹아내리기 마련. 내년 3월27일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아미미술관은 조경에도 세심함을 기울였다. 특히 미술관 외벽에 담쟁이 넝쿨이 포인트인데, 봄·여름에는 싱그러운 초록이, 가을에는 예쁜 단풍을 만나볼 수 있다. 하얀 눈이 내린 겨울의 미술관도 낭만적이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으므로 ‘단독’ 샷을 원한다면 평일을 노리자. 

주소: 충남 당진시 순성면 남부로 753-4 
입장료: 성인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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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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