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 기자
김선주 기자

 

우리나라 여행사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7,600개에 달했고, 이런 추세면 올해 1만8,000개를 넘어 1만9,000개까지 돌파할 수도 있다는 본지 기사(2월11일자)를 접한 한 소규모 여행사 A 대표는 “여행업 경력이 20여년인데 해가 갈수록 사정이 악화되고 있고, 그래서 이제 그만 접어야하나 매일 고민하는데, 왜 여행사는 갈수록 늘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의아해했다.


A 대표 말고도 여러 사람이 품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언뜻 보면’ 전혀 의아할 일이 아니다. 여행이 늘고 비용도 저렴해지면서 파이가 커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여행사도 늘어난 것일 테니까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행 규모는 나날이 팽창하고 있다. 2018년 해외 출국자 수는 2,870만명으로 신기록을 세웠고, 외래객 수 역시 1,535만명으로 2016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에 올랐다. 국내여행 역시 일상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일반화됐다. 이러니 여행사도 나날이 증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언뜻 보면’이라는 전제를 빼면 얘기는 달라진다. 표면적으로 여행 규모는 커졌지만 이게 그대로 여행사들의 파이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행 규모가 커질수록 여행사 이용률은 자꾸 뒷걸음질 친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사는 자꾸 늘어나니 답답할 수밖에.


이런 속사정도 모른 채 밖에서는 여행사가 계속 느는 것은 여행업 형편이 좋아서라고 오판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여행업 지원정책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데이터로 작용한다. 여행사에 지급했던 항공권 판매수수료(커미션)를 폐지한 항공사들은 “제로컴(Zero Commission) 때문에 여행사가 심각하게 어려워졌다”는 여행사들의 하소연을 틀어막는 근거로도 활용한다. “먹고 살기가 그렇게 어려우면 여행사 수가 이렇게 매년 늘 수 있겠느냐”며 말이다.


보다 다면적인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다. 단순한 여행사 등록건수나 숫자만으로는 속사정까지 살피기 어렵다. 몇 개나 폐업했고 몇 개가 새로 생겼는지, 직원 수는 몇 명인지, 매출액과 순이익은 어떤지, 무엇에 주력하는지…. 지자체와 관련 협회, 연구원, 정부 모두 나서 보다 입체적이고 일원화된 여행사 통계를 만들 때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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