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기자
차민경 기자

 

길면 세달, 짧아도 두어달 정도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예상했다. 이렇게 싸운 듯 만 듯 끝나버릴 줄은 몰랐다. 걱정인 것은 이 다음이다.


스카이스캐너 보이콧 사태가 허무맹랑하게 끝났다. 여행사는 갑자기 높아진 수수료가 부당하다고 스카이스캐너에 반기를 들었다. 당장 수수료가 명분이었지만 쿠키 적용 등 다른 여러 계약 조건 때문에 오래 곪아있었던 불만이 터진 것이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 펼치는 여행사들의 첫 공식적인 보이콧이었다. 12월 이러저러한 상황이 공개됐을 때, 여행사들이 이만큼 의견을 모아 공식행동을 준비할 정도라면 개별 여행사마다의 고충이 상당했으리라 짐작했다. 


1월 중순, 스카이스캐너에서 여행사 몇몇의 이름이 더 이상 노출되지 않게 된 것이 신호탄이었다. 대결은 시작됐고, 간을 보는 듯 이리저리 신호만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2주 만인 2월 초 모든 상황은 원점 복귀됐다. 여행사들의 이름이 다시 스카이스캐너에 올랐다. 


어느 쪽의 입장이 옳고 그른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행사들이 자기 소명을 위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던 상황이 아쉬운 것이다. 여행사에게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스카이스캐너가 아니더라도 많은 플랫폼들과 여러 조건을 두고 날을 세우고 있다. 더욱 막강해지는 플랫폼 틈바구니에서 매년 제약 조건이 더 까다로워지고 있어서다. 당장 네이버와의 줄다리기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네이버 항공에서는 여행사들에 더해 글로벌 OTA를 추가 입점시키려 하면서, 네이버 현지투어에서는 쿠키를 적용하겠다는 조건을 내밀면서 여행사와 갈등을 겪었다. 


이번 보이콧이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지더라도 좀 더 오래 끌고 갔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곱씹어야 할 실패다. 무엇이 부족했고, 어떤 수가 모자랐는지. 다음, 또 다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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