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공급과잉 시대의 돌파구
[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공급과잉 시대의 돌파구
  • 이상현
  • 승인 2019.03.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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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br>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내가 근무하는 곳은 서울 시내 한복판, 그것도 명동에 위치한 대형 빌딩이다. 지하 7층, 지상 26층으로 구성돼 있고, 공유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WeWork)부터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 금융 대기업까지 입주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늘 끊이지 않는다.  빌딩 바로 옆에는 명동성당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아티스트인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의 조형물 ‘LOVE’가 있는데, 이를 인증하려는 이들로 붐빈다. 


빌딩 안도 마찬가지다. 지하 1층과 2층 그리고 지상 2층에는 30여개의 식당과 푸드코트(김치찌개와 불고기를 비롯해 꼬막비빔밥과 김치 페퍼로니 피자까지)가 있어서 다양한 메뉴를 찾는 인근 직장인들로 늘 북적인다. 그 사이에 자리 잡은 1층의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 ‘아티제’ 또한 여러 종류의 빵과 쿠키, 그리고 음료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달 전, 2층 구석에 오랫동안 비어 있던 작은 매장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후 출퇴근할 때 그 매장을 보며 ‘어떤 메뉴를 선보이는 맛집이 들어올까?’라며 궁금해 하곤 했다. 왠지 지하 식당가에서는 맛볼 수 없는 평양냉면이나 춘천막국수, 쌀국수나 메밀국수 전문점이 들어올 것만 같았고 또 그러기를 바랐다. 다른 이들도 그 매장에 들어올 업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마침내 지난주에 그 매장이 문을 열었는데 작은 빵집이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바로 아래층에 많은 테이블과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갖춘, 또 수시로 할인하며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큰 빵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조차도 아침 출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만 붐볐기 때문에 새로 문을 연 작은 빵집이 무한경쟁 시대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픈 첫날에 그곳 빵을 맛보려고 매장에 들렀는데 아침부터 빵과 커피를 사려는 많은 사람이 줄을 이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그 가게의 빵과 커피를 맛 봤는데,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비결은 바로 차별성과 다양성이다. 이곳은 아침 8시부터 정오 12시까지 매 시간 다른 종류의 빵을 직접 구웠고, 빵이 나오는 시간을 가게 앞 칠판에 공지했다. 예를 들면 8시에 치즈타르트와 너트당근 케이크, 9시 크루아상과 오렌지빵, 10시 슈크림 크루아상과 우유식빵, 11시 블랙베리 크림치즈빵과 단팥빵, 12시 허니버터 바게트를 선보이는 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커피 메뉴도 평범하지 않았다.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하는 아메리카노와 라테와 더불어 에스프레소 더블샷에 물을 섞은 롱블랙과 일반 라테보다 우유거품이 적은 플랫화이트를 선보였다. 오늘 맛본  플랫화이트와 슈크림 크루아상은 대만족. 내일 또 들러야겠다고 생각하며, 퇴근길에 늘 하는 일인 아티제의 식빵 한 봉지를 샀다.


식빵을 들고 나오면서 미국 와튼스쿨 존 장(John Zhang) 마케팅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특정 물품을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세상에는 너무도 다양한 종류의 고객이 존재하며 바로 그런 사람들을 찾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다. 고객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것은 타깃 고객을 잘못 선정했고 차별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예전 같지 않은 성장률에 대해 ‘공급과잉’을 탓하기 쉽다.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의 출현은 항공업계 시장의 포화를, 다양한 숙박형태인 캠핑장이나 민박, 펜션, 글램핑, 레지던스, 도시민박, 리조트, 공유숙박 등은 숙박시설의 공급과잉을 불러온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공급과잉은 다양한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거시경제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 관광객 수와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커져가는 시장에서 변화하는 여행 패턴과 관광 수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성공적인 대응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다. 새로 문을 연 작은 빵집이 그렇듯, 선보이는 작은 시도가 하나 둘씩 모이면 타깃 고객을 선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작은 빵집이 잘됐으면 좋겠다. 인기 만점의 빵집이 많아진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빵 시장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럴 경우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이는 선택권이 넓어진, 빵과 커피를 소비하는 우리들,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한국·일본 정책총괄 대표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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