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악재로 작용…한국상품 견적문의도 끊겨
“정상화 코앞서 발목”, 마케팅 지속하며 주시

 

2018년 일본 인바운드 시장은 모처럼 만에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장기침체의 터널 끝에 다다랐다는 기대가 나왔을 정도로 가팔랐고 명확했다.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왕 사죄 발언’이라는 대형 악재가 인바운드 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편집자주>

 

●“독도 방문보다 파장 더 클듯”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이 일본 인바운드 업계의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월8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 주범의 아들’이라고 칭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왕이 사과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발단이 됐다. 일본은 정부와 민간, 조직과 개인 할 것 없이 이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한국과의 마찰과 갈등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잖아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내 반발과 그에 이은 초계기 갈등으로 한-일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던 상황에서 터진 대형 악재여서 파장도 매우 큰 상황이다. ‘잘 나가던’ 일본 인바운드 시장을 장기 침체의 터널로 밀어 넣었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2년 독도 방문보다 파장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일본 인바운드 전문여행사 H사 대표는 2월27일 “지금도 일본 방송과 신문에서 이 문제를 계속 다루고 있고, 정치인들도 서로 질세라 한국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어 전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초계기 문제 등 일반적인 이슈와는 차원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또 “일본인에게 일왕의 존재는 거의 신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번 발언을 빌미로 일본 내 반한·혐한 감정은 더 높아질 게 뻔하고, 결국 정상화되는가 싶었던 인바운드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84%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일본 인바운드 시장은 2012년 351만8,792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불씨가 돼 이후부터 급격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2012년의 거의 절반 수준(183만7,782명)으로까지 고꾸라졌다. 이후 정부의 일본시장 부흥 캠페인 등에 힘입어 바닥을 치고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성에 찰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해에야 회복세다운 회복세를 보였다. 2018년 방한 일본인 수는 294만8,527명으로 전년대비 27.6%나 증가했다. 2012년 최고기록의 84% 수준에 해당한다. 침체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20% 성장률만 유지해도 2019년 전체 방한 일본인 수는 354만명에 이르며 새로운 기록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1월까지는 기대에 부합했다. 1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수는 20만6,526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3.6% 증가했다. 지난해의 성장세를 그대로 이은 것이다. 하지만 ‘일왕 사죄 발언’ 여파로 성장곡선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징용공 배상판결과 초계기 갈등 등으로 살얼음을 걷는 분위기에서 역대급 악재가 더해진 형국이기 때문이다.


B여행사 임원은 “1~3월은 FIT와 소그룹 고객 위주로 그나마 방한 수요가 있지만, 수익률이 좋은 인센티브 단체는 여전히 회복이 안 된 상태였는데 앞으로 더 위축될 것 같다”며 “실제로 4~6월 인센티브 견적 문의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또 “일본 내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일본 측 거래여행사도 적극적으로 한국 상품을 권유하거나 판매할 수 없어 한국 대신 타이완 홍콩 등 경쟁목적지로 빠져나가는 인센티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한국관광공사도 올해 일본 인바운드 시장을 호락호락하게 전망하고 있지 않다. 관광공사는 ‘일왕 사죄 발언’이 불거지기 전인 연초에도 ‘일본 젊은층을 중심으로 방한관광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외교 갈등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우려’했으며, ‘단체여행의 경우 한국행 견적요청이 감소하고, 일본 국내나 타이완 등 경쟁국가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대형 악재가 하나 더 더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


일본 인바운드 업계 역시 “일본인들에게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여행사 차원에서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추이를 지켜보겠지만 시장이 침체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과연 어느 수준까지 주저앉느냐만 남았다”는 반응이다.    


●330만명 목표 향해 마케팅 지속 


정부는 일단 당초 수립한 일본 시장 마케팅 계획을 변함없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2019년 일본인 관광객 유치 목표는 330만명이다. 전년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한국관광공사는 수요층 분석을 통해 타깃별 맞춤 마케팅을 강화하고, 대도시 이외의 2선 도시에 대한 마케팅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방관광 활성화에도 나선다.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한 지방관광 상품개발과 홍보를 확대한다. 개별관광객을 확대 유치하기 위해서 뉴미디어를 활용한 홍보마케팅을 강화하고, 일본의 유력 온라인여행사와도 공동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 지사별로도 지역 실정에 맞춘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개한다. 도쿄지사의 경우 2019년 개설 5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 등을 추진하며 방한여행 분위기를 띄울 계획이다. 홍보대사 임명 등 FIT 유치 확대를 위한 5대 사업을 전개하고, ‘한국 음식 30선’을 통한 지방관광 캠페인도 실시한다. 일본 여행업계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와 관광설명회 등도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오사카지사는 재방문객(리피터)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여행책자와 동영상 등 리피터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해 보급하고, 일본 여행업계와 공동으로 리피터 집중 유치 캠페인도 전개하기로 했다. 오사카-청주·대구·무안 노선 등 저비용항공사(LCC)를 활용해 지방관광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후쿠오카지사의 2019년 대표사업은 ‘일본 규슈 11개 공항과 연계한 방한여행 배증 캠페인’이다. ‘2019 규슈에서 한국으로’를 슬로건으로 규슈 내 11개 공항에서 캠페인을 전개하고, 규슈발 신한류 상품을 통해 젊은층의 한국행을 유도할 계획이다. 야구선수와 TV스타 등 현지 유명인을 활용한 ‘나만의 한국여행’ 캠페인도 전개한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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