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문화재단지에서 내려다 본 풍경. 청풍대교가 호수 위로 길을 잇고 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내려다 본 풍경. 청풍대교가 호수 위로 길을 잇고 있다

 

●호수는 잔잔하고, 마음은 편안하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충청북도의 서쪽 끄트머리, 강원도의 남쪽 경계선에 닿아있는 제천에 도착했다. 동쪽에 태백산맥을 두고 서쪽으로 올 수록 완만해지는 한반도의 지형으로 보자면 제천은 높은 산맥이 점점 부드러워지는 경계에 자리한 도시다. 봉우리가 어찌나 높은지 달이 뜨면 봉우리에 걸린다는 이름이 붙은 월악산을 보라. 태백산맥 중심의 험준한 산과 비교하면 편안하지만 그럼에도 의젓하고 우아하게 펼친 봉우리, 거기다 달을 걸어둘 정도의 기개를. 


제천이 ‘자연치유의 도시’란 슬로건을 내 건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딜 향해도 편안한 자연 풍경과 지천에서 나는 제철 나물 그리고 약재가 있으니 말이다. 청풍호를 찬찬히 둘러보고 있으면 어쩐지 모호했던 ‘자연치유’라는 단어가 분명한 의미로 다가온다. 치열했던 생활과 그래서 답답했던 마음이 청풍호 앞에서 시원하게 뚫리는 것이다. 바다 앞에 선 기분이다. 그도 그럴것이 청풍호는 총 67㎢ 규모의 면적을 자랑하는, 소양호 다음으로 큰 호수로 꼽힌다. 1985년 충주댐 건설과 함께 만들어진 호수로, 덕분에 ‘충주호’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다만 제천에서 미는 이름은 ‘청풍호’다. 제천시 청풍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지명 미고시 지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인근 지차체에서 이름 선정을 두고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인단다. 


이름 없는 풍경이어도 존재감만은 확실하다. 청풍호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유람선을 타야 한다. 충주나루, 월악나루, 청풍나루, 장회나루 등 네 개의 나룻터를 운영하는 충주호관광선과 제천 청풍나루와 단양 장회나루를 왕복하는 청풍호유람선이 있어 선택하면 된다. 약 1시간30분 동안 청풍호의 핵심을 짚어준다. 거북의 형상을 했다는 구담봉, 쭉쭉 뻗은 기암절벽이 죽순을 닮았다는 옥순봉 등 호수 위로 펼쳐진 풍경은 수묵화를 보는 것인양 환상적이다.


유람선이 떠다니는 청풍호 아래에는 잠든 도시가 있다. 충주댐 건설로 5개면 61개 마을이 수몰됐기 때문이다. 청풍호의 랜드마크인 청풍대교를 마주한 청풍문화재단지에서는 수몰 지역의 원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충주댐 완공 이전인 1983년부터 수몰지역의 문화재를 이전, 복원해 둔 것. 본디 청풍은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발견되기도 하고, 수운을 이용한 상업과 문물이 발달해 삼국시대는 물론 고려, 조선시대에도 문물의 요충지였다고. 때문에 의미를 갖는 문화재가 곳곳에 산재했다. 문화재단지는 작은 마을처럼 꾸며져 있는데 코스를 따라 보물로 지정돼 있는 한벽루, 석조여래입상을 만날 수 있고,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팔영루, 금남루 등 9개 문화재, 비석과 생활유물 등도 볼 수 있다.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수몰지역의 삶의 양태를 어렴풋하게 경험할 수 있다. 언덕배기에 자리한 덕에 청풍대교와 청풍호의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한방의 힘을 경험하려면


제천은 한방바이오, 천연물 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시대 3대 약령시장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고 지금은 전국 약초생산의 30%, 황기 유통의 80%를 점유하고 있다고. 제천이 생태치료, 자연치유를 내세우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음이다. 


제천한방엑스포공원은 제천이 육성하고 있는 한방바이오 산업을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상설전시관을 관람하거나 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한방샴푸, 약초비누 만들기 같은 쉽고 간단한 체험활동이 인기다. 수생식물원, 국제발효박물관, 약초판매장 등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고로 건강한 신체는 건강한 식생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던가? 제천시는 2008년 제천시 건강음식브랜드로 ‘약채락’을 개발해 알리고 있다. ‘약이 되는 채소의 즐거움’이란 뜻으로, 제천산 약초와 재료를 사용해 만든 음식이다. 제천시 내 총 22개 음식점이 약채락 인증을 받았다고. 삼삼하게 간을 한 제철 나물을 꼭꼭 씹으면 진짜 치료라도 받고 있는 양 기운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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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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