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출국자 수가 291만명을 돌파했다. 매년 출국자 수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여행업계에서 이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14일 중소여행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광화문 포럼에서 K-Travel아카데미 오형수 대표가 ‘중소여행업의 상생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아래는 오형수 대표의 강연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편집자 주>

K-Travel아카데미 오형수 대표강사
K-Travel아카데미 오형수 대표강사

 

●90학번 엄마와 19학번
아들의 여행은 달라


우리나라의 경우 여행시장의 성장과 여행사의 성장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이뤄졌다. 이 바탕에는 욕망과 두려움이라는 두 개의 불이 켜져 있기에 가능했다. 바로 여행을 가겠다는 욕망과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다. 


90년대에 배낭여행을 가려면 6개월 이상 준비해야했다. 기차타고 서울에 있는 문화원에 가서 지도를 받아오고, 외국어 자료 번역을 부탁해야했다. 이 번거로운 과정의 해결사가 바로 여행사였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한 시간이면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비용도 훨씬 줄어들었다. 여행 상품을 판매하려면 그 금액보다 적게 받아야 한다. 매출액이 두 배 이상 늘어도 영업이익은 그대로인 이유다. 이건 시장(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수익(두려움)의 문제다. 고객은 자기가 두려운 만큼 여행사에게 수익을 보장해준다.  


이제는 달라진 고객들의 두려움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 더 이상 고객들은 외국어, 현지문화, 음식, 정보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을 계획하는 일, 치안, 바가지, 자연재해, 현지 질병, 테러 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0년 전만해도 여행사가 고민하던 문제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의 발달로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접할 수 있는 정보의 격차가 사라지기 시작하며 두려움의 양태가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행사들은 기존의 두려움을 해결해주겠다고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여행사들이 요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가격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시간이 중요해졌다. 시간을 생산하는 소비를 할 것인가, 시간을 소비하는 소비를 할 것인가의 문제다. 여행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소비다. 앞으로 여행사들은 여행상품을 만들 때 시간을 생산하거나, 시간소비를 다른 것보다 줄여주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예를 들어 의료관광은 시간을 생산하는 소비다. 한국에서 수술 받든, 중국에서 수술 받든 어차피 시간을 써야한다. 한국에서 수술하면 상대적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스킨스쿠버 자격증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시간을 들여 해외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다면, 해외에서 여행을 하며 따는 것이 고객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의 여행사 플래시팩(flash pack)은 혼자 즐기기 위험하거나 쉽게 배우기 힘든 활동을 중심으로 여행 상품을 만든다. 그 중에 스페인 오토바이 3박4일 상품이 있다. 반나절은 오토바이 타는 법을 배우고, 그 이후에 함께 오토바이를 타며 여행하는 것이다. 이 밖에 ‘남아공에서 물개와 수영하기’, ‘모로코 서핑과 요가’ 등의 상품도 있다. 고객이 직접 예약하거나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찾아내서 알려주는 게 원칙인 셈이다. 


여행업의 3대 요소인 기획력, 알선력, 안내력을 재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기획력은 고객의 두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이고, 알선력은 여행사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능력이다. 안내력은 전문성을 띤 인솔자를 말한다. 요즘에는 간호인솔자, 역사전문인솔자, 미술전문인솔자 등 전문 영역의 인솔자가 많다. 여행사는 기획력, 알선력, 안내력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인플루언서와 OTA를 공략하라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경계는 이미 사라졌다. 10년 전에는 60% 가까이 여행사를 통해서 정보를 얻던 사람들이 이젠 21% 정도만 여행사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이 말은 고객들이 여행사를 안 믿는다는 거다. 사람들은 여행사를 통한 정보보다 지인, SNS를 통한 정보를 더 신뢰한다. 예전에는 연예인, 여행작가 등 유명인들만 인플루언서였다. 그러나 이젠 SNS,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브랜드인지도, 구매유도,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OTA의 경우, 이젠 방어가 아닌 공격을 해야 할 때다. 여행사 패키지 투어는 줄지만 모객인원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이 항공권과 패키지를 나에게 얼마나 유리한지를 따져가며 써먹고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OTA를 마케팅툴로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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