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수
오형수

시장규모 12조, 2017년 국내 커피 시장 규모다. 커피 시장은 영화 시장(5조5,000억원)의 2배를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커피전문점 수 역시 2011년 1만2,381개에서 2017년 8만5,000여 곳으로 늘었다. 2017년 한국인이 마신 커피는 1인당 512잔이다.

그런데 이런 커피 시장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동네 카페’는 위기를 맞고 ‘커피전문점’이 주도권을 넘겨받았다. 커피 시장의 성장과 동네 카페의 위기,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가 1호점을 오픈하며 대형 커피전문점 시대를 열었다. 대형 커피 전문점은 커피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즐기고, 미팅과 회의, 공부, 업무를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동네 카페를 잠식했다. 많은 동네 카페가 커피전문점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공격하지 못하고 수비에 집중하느라 커피 소비자의 커피 소비 기호를 놓쳤기 때문이다. 반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공격 없는 동네 카페의 약점을 찾아내 자신들의 강점으로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동네 카페가 놓친 소비자의 커피 소비 기호는 무엇일까? 최근 커피 소비자의 기호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가격에 상관없이 자기만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나심비(‘나'와 ‘심리', 그리고 ‘가성비'의 합성어)’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즉 커피 소비자들은 커피의 가격과 품질을 모두 따지되 누구와, 언제, 어떤 용도로 커피를 마시느냐에 따라 커피를 사는 장소가 다르다. 미팅, 회의, 업무, 학습, 친구와 함께하는 커피는 분위기와 편리성을 갖춘 고급 커피 전문점을 선택하고 혼자, 출근길이나 점심 후 후식으로의 커피는 가격이 저렴한 커피전문점 혹은 편의점 커피를 선택하고 있다. 커피 소비자의 변화된 기호를 대형 커피 전문점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디테일한 서비스와 다양한 커피로 커피 소비자의 나심비를 충족했다. 커피 전문점의 공격에 가격 할인이라는 수비에 집중하는 동네 카페가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동네 카페가 위기로 가는 여정은 ‘동네 여행사’의 그것과 비슷하다. 커피 시장처럼 여행 시장 역시 큰 성장을 하고 있지만 동네 여행사의 운명은 동네 카페의 운명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동네 카페의 몰락에서 동네 여행사가 얻어야 할 교훈과 기회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할인이라는 수비로는 폐업의 시간을 다소 연장할 수 있으나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비에 집중하느라 여행자의 소비 기호를 놓쳐 공격하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

동네 여행사의 공격 대상은 글로벌 OTA, 여행 플랫폼, 여행 카페가 아니다. 여행 소비자 즉, 고객의 여행 소비 기호를 정확히 파악해 여행자에게 먼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최선의 공격이다.

최근 여행자의 소비 기호 역시 나심비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의 품질과 가격을 모두 따지되 자기만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으므로 특정한 여행 플랫폼이나 여행사를 고집하지 않고 여행 장소, 기간, 일행, 예산, 여행 목적, 나이, 성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나심비를 충족하는 소비를 하고 있다. 나심비를 따지는 여행자에게 가격 할인이라는 단일 대안은 여러 대안 중 하나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므로 단일 대안만 제시하는 동네 여행사의 지속 가능성은 없다.

동네 여행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공격은 우리 여행사만의 특별한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품이든 서비스든 글로벌 OTA, 여행 플랫폼, 여행 카페가 제공할 수 없는 특별한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여행이 어렵고 두려운 여행자는 여전히 많다. 여행사의 도움 없이 찾아가기 두렵고 힘든 지역도 많다. 이런저런 걱정과 두려움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원하는 여행자도 많다. 이들에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대안을 제시하고 부가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위기의 동네 카페에서 교훈을 얻고, 여전히 건재한 동네 카페에서 동네 여행사의 기회를 발견하자.

 

*K-Travel아카데미 오형수 대표강사는 하나투어 인재개발총괄팀장을 거쳐 현재 여행업 서비스 개선과 수익증대, 성과창출을 위한 다양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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