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기자
차민경 기자

패키지 여행을 갔다고 하자. 그리고 천재지변으로 갑자기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꼭 보고 싶었던 일정을 아예 못하게 되고, 가이드는 일정변경동의서를 건네며 이러저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득한다. 상황이 썩 탐탁지 않은데 동의서를 보니 몇 가지 항목은 추가 비용이 든단다. 낯선 곳, 불편한 상황.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일은 여행업계에서 비일비재하다. 현지 사정은 예측한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하나투어는 ‘여행객을 버렸다’고 대중에게 몰매를 맞았다. 캐나다 패키지 여행 중 일정에 포함돼 있던 옐로나이프가 기상악화로 접근이 차단되면서 생긴 일이다. 여행자는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등 하나투어의 케어가 부족했다고 했다. 하나투어는 여행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여러 가지 불편 상황에서 충분히 고객에게 설명을 했고 대안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여행불편처리센터까지 가게 됐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이 누구의 잘못이냐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인가 싶다. 현지 사정에 의한 일정 변경과 이에 대한 불복, 그리고 불만 제기는 모든 여행업계의 아주 고질적이고 흔한 갈등이다. 십수년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여행사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규정하느냐에 있다. 천재지변으로 운항에 차질이 생긴 항공사는 하루 숙박이나 다음 항공편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문제 상황이 말끔하게 해결된다. 선이 확실하다. 여행사는 선이 없다. 같은 문제 상황에서 여행사에 여행의 전체 환불 또는 거기에 보상까지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오히려 여행사의 대처에 감사했다고 하는 고객도 있다. 들쭉날쭉하다. 그럼 여행사는 잘한 것인가 못한 것인가? 비슷한 천재지변에도 ‘도의상’ 여행자를 무상으로 케어하는 경우도 있고, 유상으로 대체 일정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무슨 기준인가? 여행사의 역할에 표준이 없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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