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끈적한 테마여행?
[기자수첩] 끈적한 테마여행?
  • 손고은 기자
  • 승인 2019.04.01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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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요즘 테마여행 상품을 다루지 않는 여행사가 없어 보인다. 대개 테마여행 상품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 목적 등을 반영한 일정으로 꾸며지는데 자전거, 등산, 낚시, 커피, 예술, 건축, 문학 등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천편일률적인 상품에서 벗어나 선택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다. 이런 테마여행이라면 환영한다. 


그런데 취향을 반영한 여행상품을 테마여행이라 칭한다면 듣기만 해도 불쾌한 테마여행도 있다. 이름은 ‘골프 투어’지만 성매매 알선을 옵션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나 오직 성매매 알선에만 무게를 둔 ‘황제투어’와 같은 것들이다. 그 동안 19홀 골프라든지 조이너스 차지(Join us Charge) 등 유흥에 대해 문의하는 여행객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요즘은 개인의 성적 취향까지 고려한 여행 상품을 대놓고 영업하는 업체도 보인다. 주요 활동지는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여성과 보내는 시간과 방법을 단계별(?)로 구분해 설명하는가 하면 현란하고 자극적인 언어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사이트를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의 경우 최근 ‘앙헬레스 특가 항공권 편도 7만원부터’라는 광고를 보고 ‘앙헬레스 여행’을 검색하면서 해당 업체들과 사이트를 접하게 됐다. 필리핀 유흥에 대한 역사(?)와 문화부터 어떻게 하면 가장 화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세세한 꿀팁이(!) 담긴 블로그와 홈페이지는 해시태그 #앙헬레스여행 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스스로를 여행사라고 자칭했다. 


여행과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여행사의 의무지만, 그 안에 성매매 알선은 없다. 앙헬레스에서도 아름다운 바다에서 호핑투어와 워터파크를 즐기고 피나투보 화산 트레킹, 검은 모래 찜질 등을 다녀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관광청이나 항공사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소개해도 소용없는 수준까지 왔다'는 푸념을 내놓기도 했다. 특가 항공권을 발견해 4인 가족 여행을 위해 덥석 구매했다가 환락의 도시라는 이야기를 듣고 취소했다는 지인의 웃픈 하소연은 씁쓸함 그 이상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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