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4시에 도착 불가, ‘밤샘’ 팁 공유
인천공항 야간 출발 증가세, ‘더 늘리겠다’
심야리무진은 차량수 줄고, 철도는 비운행

인천공항의 야간 운행수가 늘었다. 취항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주간 슬롯이 부족해진 탓이다. 
야간 운행편을 타기 위해서는 공항까지 아주 늦거나 반대로 아주 이르게 도착해야 한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편집자주>
 

●대중교통 공백 생긴 새벽 시간


인천공항 새벽 6시 출발 비행기가 잡혔다. 공항에 최소 2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니 적어도 4시에는 인천공항에 떨어져야 한다. 4시까지 공항에 갈 수 있는 교통편을 찾아본다. 공항철도 직통편 첫차는 6시부터 운행이 시작된다. 공항리무진 첫차는 4시부터다. 공항철도나 공항리무진으로 제 시간에 도착하긴 무리다. 심야리무진이 유일한 선택지다. 서울역에서 한 시간에 한 대꼴, 이걸 놓치면 택시나 공유교통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은 공항에 미리 도착하는 것이다. 전날 저녁에 공항철도나 공항리무진 막차를 타고 들어가 새벽 4시까지 약 3~4시간을 때우면 된다. 공항의 캡슐호텔을 예약하거나, 공항내 스파를 이용하거나, 혹은 그냥 공항 벤치에서 ‘노숙’하는 방법이다. 그나마 캡슐호텔은 편하게 쉴 수 있지만 예약 가능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인기 있는 날은 2~3개월 전에도 예약이 마감돼 있는 날이 일쑤다. 비용으로 따지면 새벽 택시를 타고 오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부담도 크다. 


●작년 야간여객은 출발기준 29% 늘어


인천공항의 야간여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3월22일 열린 ‘인천공항-여객항공사 성장전략 세미나’ 발표에서 구체적인 야간여객 증가율이 공개됐다. 주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야간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를 칭한다. 2017년 대비 2018년 출발기준 야간여객 증가율은 29.1%, 주간여객 증가율은 7.8%다. 3.7배 차이로 야간 출발편이 크게 늘었다. 1일 전체 여객 증가율이 9.8%인 것과 비교해도 극명한 차이가 벌어진다. 


출발기준 가장 증가율이 높았던 시간대는 새벽 3시다. 2017년 1만8,400명에서 2018년에는 9만5,410명으로 무려 418.5% 늘었다. 이어 6시 출발여객이 11만3,316명에서 40만9,421명으로 261.3% 증가했다. 5시 출발여객도 1만8,774명에서 4만6,441명으로 147.4% 늘었다. 


곧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춰 새벽 1시 부터 4시 사이에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공항 풍경도 당연히 달라졌다. 한산했던 새벽 시간대에도 낮시간 못지 않게 북적거리고, 보안검색 줄도 길게 늘어선다. 새벽 출발이라고 출발시간에 임박해 공항에 도착하던 것은 옛말이다. 검색대 통과에서부터 대기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만 비행 시간을 넉넉히 맞출 수 있다. 


도착기준으로 보면 2017년 보다 2018년에 야간여객이 19.4% 증가하고, 주간여객은 7.6%로 늘었다. 두 배 이상 증가율이 높았다. 도착기준 1일 여객 증가율은 10.1%다. 가장 증가율이 높았던 시간대는 새벽 3시로, 2017년 17만9,620명에서 2018년 42만5,120명으로 136.7% 늘었다. 밤 12시 도착여객은 10만9,770명에서 18만1,581명으로 65.4%가, 새벽 1시 도착여객은 2만8,682명에서 4만6,435명으로 61.9% 증가했다. 


심야 시간에 도착한 여행자 중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심야리무진 밖에 선택권이 없다. 심야리무진은 좌석수가 한정돼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공항철도는 심야 운행편이 없기 때문에 첫 차가 오는 5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새벽시간대 공항철도 입구에 첫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무리를 짓는 이유다. 


●야간여객 수용 기여도 낮아, 대책 필요


서울역과 강남역 두 곳에서만 운행되는 심야리무진은 4월부터 운행차량 수가 줄었다. 기존 9대가 각각 2회씩 왕복했지만 4월부터는 7대가 각각 2회씩 왕복한다. 좌석수가 한정돼 있는 버스의 특성상 회차당 40~45명 정도만 심야리무진을 이용할 수 있다. 이용객은 만석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종종 만석이 되는 경우가 발생해 곤란한 경우를 겪은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공항리무진은 이용자수가 많지 않아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 운행 횟수를 줄였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의 야간여객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공항리무진은 2017년 대비 2018년의 이용자수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항철도와 공유교통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공항철도는 3월29일 개통 12주년을 맞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공항 직통열차는 개통 당시 일평균 이용객이 48명이었으나 현재 4,763명으로 99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직통열차가 아닌 일반 공항철도는 하루 수송여객이 25만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공항철도 직통열차는 서울역 첫차가 새벽 6시10분, 막차가 저녁 10시50분이고 인천공항2터미널 출발 첫 차는 5시15분, 막차는 저녁 10시40분이다. 야간여객 수용에 대해서는 일체 기여하지 않는 상황이다. 


대중교통이 부재한 사이 인천공항은 ‘밤샘’ 명소로 떠올랐다. 인천공항 밤샘, 인천공항 노숙 명당 등이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로 오르내린다. 특히 야간 출발 항공편이 많은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벽에 공항가는 법’이나 ‘노숙 팁’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인천공항은 주간 슬롯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야간 운행을 계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주간의 경유 시간당 평균 운항 횟수가 60회를 상회해 가용 슬롯 63회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심야시간대 운항 항공편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상업시설의 프로모션 확대 등도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 대중교통 확충도 주요 안건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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