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여울 길
흰여울 길

서울에선 아직 겨울이 끝나려면 먼 줄 알았는데, 부산에 오니 이미 봄이 눈앞에 있다. 
봄날, 부산 바다를 산책했다.  

절영 해안 산책로

따뜻한 부산에 도착한 날, 일단은 걷고 싶었다. 기왕이면 바다가 보이는 길이었으면 했다. 부산은 나를 절영해안산책로로 이끌었다. 절영해안산책로는 영도에 있다. 영도에 가려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육지와 섬을 이은 다리인 영도대교를 건너야 한다. 한국전쟁 당시 이 다리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피난을 내려온 사람들이 많아, 온통 가족을 찾는 방이 붙었었다는 다리다. 애타게 가족의 생사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점집이 수십 개가 생겨 ‘점쟁이 골목’까지 형성됐었단다. 절영해안산책로의 ‘절영’은 원래 영도의 이름이 ‘절영도’였던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원래 절영도가 말을 키우던 섬이었거든요. 끊을 절, 그림자 영, 그림자도 끊어질 정도로 빨리 달리는 말들이 많다는 뜻이지요.” 


산책로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길 옆에 크고 작은 까만 바닷돌이 널려 있고 그 다음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다. 파도가 거의 없이 아주 잔잔한 바다가 더없이 평화롭다. 해녀들은 군데군데 돗자리를 펼쳐 놓고 싱싱한 해물과 초록병에 든 술을 팔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바닷돌 위에 예쁜 천을 깔고 딸기와 와인을 꺼내 피크닉을 즐기는 젊은이들도 보였다. 잔디밭에 까는 돗자리보다 바닷돌 위에 까는 돗자리가 더 낭만적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바다를 따라 절영해안산책로를 300m 정도 걸으면 흰여울 문화마을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부터는 온전히 흰여울길이다. 봉래산 중턱에 자리한 흰여울 문화마을은 900여 명의 주민들이 삶을 꾸려가고 있는 곳이다. 지극히도 소박한 그들의 삶과 대비되게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전망은 몹시도 화려하다. 오후 네 시쯤이었던가. 먼 바다에서 해가 뉘엿이 눕기 시작하자 바다가 온통 금빛으로 반짝였다. 눈이 호강한다는 표현은 이런 순간에 쓰는 것이다.


이 마을은 본래 찾는 이가 거의 없이 조용했지만 2011년부터 지자체와 정부의 개발 사업을 거쳐 관광지가 됐다.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 등장한 이후로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변호인>의 촬영지였던 집은 지금 마을안내소가 됐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흰여울 점빵’에서는 커피를 한 잔 하거나, 라면 한 그릇을 먹으며 쉬어 갈 수 있다. “점빵은 점집도 아니고 빵집도 아니고 작은 가게”라는 손 글씨 안내문에 피식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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