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랜드마크, 호미곶 상생의 손
포항의 랜드마크, 호미곶 상생의 손

호미반도를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구룡포를 지나 호미곶에 닿을 때까지
일제강점기, 해방, 나의 유년 시절, 봄. 서로 다른 포항의 시간을 모두 느꼈다.


●손때 묻은 100년


포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포항 여행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 본다. 막연하게 동해와 포스코, 호미곶이 생각나고, TV 다큐멘터리에서 본 구룡포도 떠오른다. 여행지 선정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져도 결국 기본에 충실하기 마련이고, 그 중심에는 포항 12경이 있다. 포항 12경은 호미곶, 내연산 12폭포, 운제산 오어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등이 포함돼 있다. 12경 중 3개를 경험할 수 있는 구룡포와 호미곶으로 여행을 진행하면 하루 동안 알차게 포항을 둘러볼 수 있다. 


우선 2012년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쥔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구룡포는 일제 강점기인 1923년 구룡포항을 축항하면서 일본인들의 유입이 늘어났는데 현재의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과거 병원과 요리점, 여관 등이 늘어서 지역상권의 중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제 강점기라는 아픈 시대를 견뎌내고 어엿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포항시가 2011년 3월부터 정비 사업을 통해 일본인들의 풍요로운 생활모습을 보여주고, 일본에 의해 착취됐던 우리 경제와 생활문화를 기억하는 산 교육장으로 삼고자 이 거리를 조성했다. 이제는 일본풍 건물이지만 우리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 채워져 있어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한 인상을 준다. 특히 시간을 돌려 문방구에 처음 들어간 아이처럼 마냥 신나는 시간 여행이 가능한 추억상회가 대표적이다. 추억상회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달달한 달고나 냄새가 콧속에 스며 든다. 게다가 아폴로, 꾀돌이 등 추억의 과자들과 각종 뽑기 게임이 초등학생처럼 방방 뛰게 만든다. 무언가에 홀린듯이 100원을 넣고 가위 바위 보 오락기를 하다보면 괜시리 어린 시절이 생각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별 거 아닌데 큰 재미와 의미를 부여하게 만드는 게 이곳의 진짜 매력임을 깨달으며 다시 거리로 나온다. 조금 더 이어지기를 바랐던 달콤한 환상에서 깨어나니 아쉬울 뿐이다.


그럼에도 여행은 계속돼야 한다. 추억상회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일본가옥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구룡포 근대역사관이 나온다. 이 건물은 1920년 일본 가가와현에서 이주해 온 하시모토 젠기치가 살림집으로 지은 2층짜리 일본식 목조가옥이다. 해방 후 개인주택으로 사용되던 것을 포항시가 매입해 현재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건물 내부에는 100년 전 모습들이 잘 남아 있는데, 곳곳에 손때가 묻은 도구들이 운치를 더한다. 일본 감성이 짙게 묻어 있어 사진을 찍는 족족 만족스러운데, 공간이 협소해 인내심이 필요하다. 좋은 사진을 위해 관람객이 없어지는 찰나를 노린다면 포항을 간직할 소중한 사진 한 장을 건질 수 있다.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세 갈래 길로 나뉘어져 있는데 추억상회와 근대역사관이 오른쪽 코스다. 왼쪽 코스는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촬영지로 유명하며, 중앙은 돌계단을 따라 구룡포 공원으로 이어진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공원입구의 계단과 돌기둥들은 1944년도 일본인들이 세웠으며, 돌기둥은 왼쪽 61개 오른쪽 59개 총 120개가 있다. 돌기둥에는 구룡포항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 구룡포 이주 일본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패전으로 일본인들이 떠난 이후 구룡포 주민들은 시멘트를 발라 기록을 모두 덮어버리고, 돌기둥마저 거꾸로 돌려 세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룡포 주민들은 돌기둥에 새로운 의미를 입혔다. 1960년 주민들은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들의 위패를 봉안할 충혼각을 세우는 과정에 도움을 준 후원자들의 이름을 앞뒤를 돌려 세운 돌기둥에 새겨놓았다. 구룡포 공원에 닿으면 구룡포를 수호하는 거대한 용들을 만날 수 있다. 제법 웅장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져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허기가 진다면 해풍으로 말린 국수를 활용한 할머니표 잔치국수를 맛보자. 약간의 시금치와 양념장만 들어간 잔치국수가 어찌나 맛있는지, 두 그릇은 기본이다.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면발이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젓가락을 타고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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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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