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별 수요 예측에 따라 운임 결정
GDS에 따라 도입 초기 혼선 불가피

대한항공(KE)이 신규 좌석관리시스템 O&D RMS(Origin& Destination Revenue Management System)를 도입한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여행사에서는 초기혼란이 남아 있어 완전한 정착까지는 당분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말 O&D RMS를 새롭게 도입했다. 노선별 수요 예측 범위를 확대해 좌석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증대시키겠다는 취지다. RMS는 항공사의 수익과 연결되는 좌석 관리 시스템을, O&D는 ‘Origin and Destination’으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의미한다. 즉, 기존에는 개별 구간별(Segment) 수요 예측에 따라 좌석을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O&D(출·도착지) 단위로 RM 범위를 확대하고 승객의 전체 여정을 고려해 좌석을 관리하겠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탑승객이 인천-LA 항공권을 검색할 경우 기존에는 직항이나 경유, 출·도착지와는 무관하게 동일 구간에 대해 동일한 좌석 현황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O&D RMS를 도입하면서 한국에서 여행을 개시하는 고객과 미국에서 한국에 온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고객에게 예약 가능한 좌석을 상이하게 보여준다. 한 마디로 동일 구간이라 할지라도 현재 로드율이나 수요 예측 등 ‘판매 가치’에 따라 운임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입 초기 여행사들은 불만을 표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A-B-C 여정으로 조회된 항공권이 실제 예약을 하게 될 경우 A-B 구간은 그대로 예약이 가능했으나 B-C 구간의 항공권은 갑자기 사라지거나 클래스가 올라가 요금이 달라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며 “사용하는 GDS에 따라서도 오류가 발생해 혼선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대한항공 측은 시스템을 차근차근 개선해나가는 한편 오류로 인해 발생한 실수나 문제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등 약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한항공은 O&D RMS 도입에 이어 조인트벤처 협약을 맺은 델타항공과 양 항공사 간 동일한 좌석 상황 조회가 가능하도록 관련 기능 개발 작업을 11월 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O&D RMS 카드를 꺼내든 것은 한국 시장이 직항 수요 중심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인천-LA 노선 중 직항 수요는 69%, 경유 수요는 31%인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항공사의 경유 항공권 요금은 직항 항공사와의 가격 경쟁과 비수기 좌석 사용률 제고 등의 이유로 직항 항공권보다 저렴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존의 구간별 좌석 관리를 통해서는 직항과 경유 상관없이 동일 구간에 대해 동일한 좌석 현황을 보여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의 직항 항공권과 저가의 경유 항공권을 차별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O&D RMS를 통해 가격이 높은 직항 항공권에 대한 판매 기회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6월1일부터 국제선 27개 노선에 1등석 좌석을 없앤다. 1등석 수요가 적은 노선에 대해서는 수요가 많은 비즈니스·이코노미 클래스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결국 O&D RMS와 같은 맥락에서 좌석 관리를 통한 수익 증대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된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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