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기자

오랜만에 찾아온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우다 머리가 복잡해져 노트북을 꺼버렸다. 과거 정보 통신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엔 가이드북이 여행 정보의 전부였다니,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고충이 생겼다. 물밀 듯이 쏟아지는 정보에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다. 수많은 여행 정보를 엄선해 여행 계획을 짜는 일은 쉽지 않다. 


지난 3월 호텔스닷컴이 전 세계 7,800명을 대상으로 ‘휴가 계획’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가 계획을 세우는 일이 인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라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의 27%가 동의했다. 이들 중 휴가 계획을 세우며 받는 피로감 때문에 이전에 방문했던 여행지에 재방문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52%였고, 휴가 계획을 세우며 받는 피로감 때문에 여행을 취소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25%에 달했다. 한편, 응답자의 40%는 휴가 계획을 세우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연휴 동안 자유여행으로 베트남에 다녀온 한 지인은 다음에는 마음 편히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겠노라 답했다. 여행 계획을 짜며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하루치 일정밖에 짜지 못한 채로 출발했고, 한국에 돌아와 보니 미처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디지털 단식’이라는 말이 있다. 넘쳐나는 정보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쓰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여행 계획을 짜는 여행자들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여행사들이 수년간 데이터를 축적해 발굴해 낸 여행상품은 여행자들에게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노련함과 경험을 구매하는 것이다. 여행 정보의 홍수 속에 오히려 ‘여행 정보 단식’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맛있는 여행 상품을 엄선해 건강한 식사를 제공할 때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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