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가시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다가왔다. 시의 아름다운 선율, 
조선의 얼이 담긴 성곽과 샛노란 국화밭이 기다리는 고창으로 가야할 때다. 

고창의 중심, 고창읍성
고창의 중심, 고창읍성

 

선운사로 진입하는 첫 관문인 선운산 도립공원에 발을 들이고서야 고창 여행이 시작됐음을 실감한다. 그만큼 선운사는 고창을 대표하는 장소이며, 선운사를 둘러싼 도립공원은 계절과 상관없이 각각의 매력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선운사는 산세와 어우러진 외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선운산 내에 자리한 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산으로, 조선 후기 번창할 무렵에는 89개의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가 산중 곳곳에 흩어져 있어 장엄한 불국토를 이뤘다. 참, 선운산은 도솔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선운은 구름 속에 참선한다는 뜻이고, 도솔이란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의 뜻으로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의미다. 

불교의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수려한 자연 덕분에 이곳은 고창을 찾는 여행자에게 필수 코스다. 3~4월의 동백꽃, 9~12월 초까지 꽃무릇과 단풍으로 이어지는 가을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고, 전국의 사진 애호가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다. 또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돼 있는 약 5,000평의 동백나무숲과 나무의 높이가 15m나 되는 천연기념물 송악도 있다. 이외에도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 선운사 대웅전, 마애여래좌상 등의 보물도 있어 산책과 더불어 배움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선운사에 대해 깊이 있는 배움이 필요하다면 문화유산 해설사와 함께 사찰을 둘러봐도 좋고, 템플스테이를 통해 선운사에 머물러도 좋다. 템플스테이의 경우 구름 위의 산책이라는 주제로 당일 여행도 있지만 도솔암 트레킹, 자연 속에서 쉼의 1박2일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선운사뿐만 아니라 선운산의 속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에 포함된 도솔암으로 가는 세 갈레 길 모두가 속세의 복잡함을 버리고 자연과 마주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산책길이니 핸드폰도 잠시 멀리하기를 권한다. 걷는 게 당기지 않는다면 템플스테이 숙소 앞 툇마루에 앉아 선운산의 경치를 감상하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겨도 좋다. 사실 선운사와 선운산도립공원은 한두 번 방문으로 모든 것을 보기가 힘들어 매번 왔다가 떠날 때면 아쉬운 마음으로 가득 찬다. 

시문학관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생가
시문학관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생가

선운사에서 역사와 자연의 진수를 경험했다면 발걸음을 옮겨 예술의 향기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다. 선운사와 멀지 않은 곳에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인 서정주 시인을 기리는 미당 시 문학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85년 삶 중 70년을 시와 함께했고, 시집 15권, 1,000편의 시를 남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시인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문학관은 그의 고향인 부안면 선운리에 2001년 가을 개관했으며, 미당 선생의 유품, 집필 원고지, 시집을 비롯한 저서 등 5,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봉암초등학교 선운 분교인데, 문학관으로 새롭게 태어났고 독특한 외형 덕분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총 3동으로 구성된 문학관의 콘텐츠도 알차 돌아다닐수록 그의 삶에 동화되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시적 감성을 한껏 충전하고 싶다면 방문 전 선운사 동구, 국화 옆에서 등 고창을 주제로 삼은 미당의 시를 곁에 두면 된다.

문학관 관람 이후에는 미당의 생가와 묘소, 돋움볕 마을, 국화밭 등 그를 기억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봄에는 샛노란 국화꽃이 반기는데 문학적 낭만과 조화를 이룬 고창의 비경으로 꼽을 만하다. 짧아진 봄이 지나기 전 서정주 시인의 작품과 삶, 노랗게 물든 고창에서의 감성 여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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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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