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대표
유경동 대표

호텔은 호텔 수준에 맞는 고객을 확보하게 돼있다. 역으로 말하면 호텔이 어떤 수준의 고객을 확보할 것이냐는 영업 방침의 중심이 된다. 호텔은 정확한 브랜드 포지셔닝과 마켓 세그먼트 설정, 세일즈 액티비티가 요구된다. 호텔의 기초가 되는 이 세 가지의 사이클이 정교하게  준비되고 원활히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설과 서비스 투자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뜬금없는 가격이 시장에 떠돌기도 한다. 


글과 달리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어떤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개발해 공급할 것인지, 호텔의 이익을 극대화 시킬 적정 가격은 얼마인지 파악하고 결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매일같이 상황을 분석하고 결정해야 하는 고도의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담 책임자가 필요하다. 또 해당 업무를 정확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호텔의 모든 데이터가 정확히 파악되고 고객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의 장착과 운영이 필수적이다.


호텔은 현재 빠른 변화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데, 고객의 국적, 예약채널, 선호 호텔 서비스도 모두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대응이 호텔 책임자가 수행해야 할 새로운 과제다. 고객들은 스마트 폰으로 예약하고, 어떤 고객들은 조그마한 불만 상황도 그냥 넘기질 못한다. 게다가 전 세계가 다 볼 수 있도록 온라인에 호텔 리뷰를 남긴다. 호텔의 고객 대응방법과 인력구조가 재조정돼야 하며, 호텔이 분석하고 판단해야 할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방식대로는 호텔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호텔들은 시스템을 정비하고 연동시키고 있으며, 인력 재배치도 진행하고 있다. 600여개 한국 호텔이 채널 매니저를 도입해서 OTA 관리 업무를 줄이고 있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이 채널매니저와 호텔의 PMS를 연동시켜 OTA의 예약을 자동화했다. 예약과의 인력은 채널분석이나 수익관리팀으로 재배치됐고 키오스크와 전자 등록카드 시스템을 로비에 비치해 고객 편의를 증대시켰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주변 국가들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의 호텔 중 일부는 이상하리만치 변화에 부정적이라 변화의 움직임도 매우 느려 안타깝다. 호텔의 변화를 ‘쓸데없는 짓’, ‘그럴 돈이 어디 있어’라고 잘라내는 호텔 내의 책임자나 담당자, 실무자들은 본인이 인식하지 못했지만 호텔의 큰 장벽으로 존재한다. 


결국 변화해야 할 시대에 변화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람에 있다. 몇몇 호텔들의 단편적인 사례지만 최근 한국 호텔에게 흥미로운 현상이 보인다. 터줏대감 같은 국내 호텔들의 1세대 창업자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2세대 젊은 후계자가 경영권을 이어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호텔이 아닌 외부의 산업 환경에서 훈련된 새로운 젊은 경영자와 오랜 기간 그 호텔에서 역할을 해온 기존 책임자들 간의 대립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립의 화두는 변화다. 청춘을 바쳐가며 호텔에서 최선을 다해왔건만 새로운 경영자는 자신을 못 마땅해 한다. 어떻게든 호텔 비용을 아껴보려고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데 신중한 것뿐인데 새로운 경영자는 자신을 변화를 막는 인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변화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결국 손해로 이어진 것은 수치로 증명된다. 그 수치 앞에서 젊은 경영자와 오래된 충신은 결국 결별하기도 한다.


고객의 패턴이 변했고 그 변화된 패턴은 호텔의 새로운 대응을 필요로 했다.  대응에 미진하면 수익 악화로 연결되며 호텔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책임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분명 호텔의 발전과 수익을 위해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그 안에 X맨이 존재하고 있다. 신중함을 이유로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미룬 채 대안 없이 지켜보자며 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선제적인 시장운영과 호텔 내 변화를 주창하는 목소리를 묵살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면 새로운 것들이 도입됐을 때 동반될 교육과 적응 과정이 버거워 팀원들이 지금 너무 바쁘다며 핑계를 대는 당신이 호텔의 변화를 막는 X맨일 수 있다. 


X맨을 찾아내기 전에 자기 점검도 필요하다. 오래되고 익숙한 거래처와 고객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호텔 산업의 변화에 대한 지식을 정확히 학습하고 있는지, 나름의 대안을 호텔에 제시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 해 봐야 한다. X맨은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rooming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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