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가시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다가왔다. 시의 아름다운 선율, 조선의 얼이 담긴 성곽과 샛노란 국화밭이 기다리는 고창으로 가야할 때다. 

약 1.7km의 성곽은 30~40분이면 둘러볼 수 있다
약 1.7km의 성곽은 30~40분이면 둘러볼 수 있다

 

고창의 중심으로 다다르면 길게 뻗은 성곽과 웅장한 문이 시선을 사로 잡는데, 바로 고창읍성이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1년(1453)에 왜침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들이 축성한 자연석 성곽으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성곽으로 평가받는다. 현지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모양성이라고 더 알려져 있으며, 나주진관의 입암산성과 연계돼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로 활약했다. 


이곳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둬야한다. 1,684m의 성곽과 16만5,858㎡ 크기의 성내를 모두 둘러봐야하기 때문. 우선 고창읍성에 관한 재밌는 전설부터 듣고 본격적인 탐방에 나서야한다. 작은 돌을 하나씩 머리에 이고 성을 도는 답성놀이와 관련된 것인데,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 한다는 전설이다. 이런 답성놀이는 저승문이 열리는 윤달에 밟아야 효험이 있다고 하며, 그 중에서도 3월 윤달이 가장 좋다고 한다. 또한 지금도 음력 9월9일인 중앙절에는 무병장수와 극락승천을 소원하는 부녀자들의 답성 행렬이 장관을 이루는 국내 유일의 답성놀이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잠깐이나마 돌을 이고 가는 흉내를 내보고, 30~40분 동안 고창의 전경과 숲을 보며 느긋이 성곽을 걸어보면 고창읍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또 1919년 3월21일 김승옥, 오동균, 김창규 등의 주도하에 고창청년회원, 고창보통학교 학생 200여명이 읍성 북치광장에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부른 3·1독립만세 터가 있어 우리 역사를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도 보낼 수 있다. 성곽 산책을 마치면 한 숨 돌리고 성내 구경을 이어나가보자. 성내에는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시고 대궐을 향해 예를 올린 객사를 비롯해 수령이 기거하던 살림집 내아, 2층 누각 풍화루 등 14동의 관아건물이 복원돼 있고, 하늘 높이 솟은 맹종죽 숲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이외에도 고창읍성 일원을 즐기는 방법이 몇 가지 더 있는데, 성곽 바깥쪽으로 크게 돌거나 성곽을 지나 노동저수지까지 걸어 고창의 생태환경을 즐겨도 좋다. 또 주변에는 고창시장, 신재효 고택, 문화의 전당, 고창읍성 한옥마을 등이 기다리고 있다. 

고창읍성 내 우뚝 솟아있는 맹종죽
고창읍성 내 우뚝 솟아있는 맹종죽

충분히 명소를 즐겼다면 고창의 맛도 놓치지 말자. 전라북도인 만큼 고창도 맛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먹을거리는 복분자와 풍천장어다. 달고 신맛을 지닌 복분자는 그 효능으로도 유명한데 간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며, 기운을 도와 몸을 가뿐하게 만든다고.

특히 복분자로 만든 담금주는 기름진 장어와 궁합이 좋아 고창 내 어느 장어 식당을 가더라도 판매하니 절묘한 맛의 조화를 느껴보자.

풍천장어의 경우 고창의 으뜸 식재료로 간혹 풍천을 지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풍천은 선운사 어귀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인천강 지역을 뜻한다. 실뱀장어가 민물에 올라와 7~9년 이상 성장하다가 산란을 위해 태평양 깊은 곳으로 회유하기 전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지역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 잡힌 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한다.

고창의 풍천장어는 유달리 고소한 맛이 강하며 육질이 탱탱해 씹는 맛도 좋다. 더군다나 전라도인 만큼 장어와 함께 나오는 밑반찬도 허투루 만들지 않아 장어와 함께 푸짐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최근 여느 여행지와 마찬가지로 고창에도 지역의 도심 및 자연과 조화를 이룬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카페동리도 이런 트렌드에 부합하는 곳으로, 고창읍성 앞에 자리한 초가집 카페다. 레몬석류, 배대추도라지, 복분자 등 과일로 만든 수제 청을 활용한 마실 거리가 인기며, 꽃과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내부는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마성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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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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