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기자
차민경 기자

한동안 ‘위력’이란 단어가 뜨거웠었다. 사전적으로는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라고 풀이된다. 중국집에서 상사가 ‘마음껏 먹으라’ 하고선 짜장면을 시켰을 때 감히 탕수육을 주문하지 못하는 이유, 상사가 동행을 권한 주말 등산 때문에 약속을 깨버리고 산을 오르는 이유. 그에게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6월, 여행업계를 달군 큰 이슈 중 하나로 SBS에서 보도된 하나투어의 랜드 미수금 사건이 있다. 하나투어는 방송이 끝난 뒤, ‘랜드사에 압박이 되는 마케팅을 철저히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토 중이던 홈쇼핑도 보류하기로 했다. 속으로 소명하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어찌됐든 하나투어는 보다 체계적인 관리 프로세스를 도입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떻게 지켜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이지만. 


이번 이슈를 가지고 랜드사와 여행사의 입장이 크게 갈렸다. 언제나 말이 많았던 홈쇼핑 비용을 대표 삼아 물었을 때, 여행사는 대부분 ‘쌍방 합의하에 하는 것이라 랜드가 불만을 가질 일이 없다’는 태도였다. 반면 랜드사는 극단적인 표현으로는 ‘죽겠다’, 완곡한 표현으로 ‘죽을 뻔 했다’고 했다. ‘합의’로 덧씌워졌지만 실상은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입장차가 너무 극단적이다. 


하나투어의 이슈를 두고 많은 경우 “(사실 관계를 떠나)다들 그러잖아요”라고 하는 이가 많았다. 입에 담기는 거북하지만 이달의 매출과 내일의 안위를 위해서 여행사와 랜드사 간에 통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란 거다. 이번 보도로 우리만 알던 문제점이 대중에게까지 폭로된 뒤에는 무언가 변화가 생겼을까? 대부분 여행사들은 ‘검토하고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홈쇼핑도, 협찬도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단다.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던 것이고, 서로 좋자고 마음이 맞아 하는 일이라는 이유다. 그보다는 우리 회사가 타깃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더 크다.


많은 경우 위력을 행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위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탕수육 시키면 눈치 줄 거면서.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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