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서 샘솟은 물은 모여 천이 되고 합쳐져 강으로 흐른다. 
물길을 따르니 영월이 일렁였고 굽이도니 정선이 보였다.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지는 정선 아우라지. 징검다리는 연인들의 유쾌한 놀이장소다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지는 정선 아우라지. 징검다리는 연인들의 유쾌한 놀이장소다

평창 발왕산에서 발원한 송천과 태백 대덕산에서 발원한 골지천은 정선 아우라지에서 합쳐져 하나로 흐른다. ‘아우라지’는 어우러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곳에서 한 데 어우러진 물은 흐르고 합쳐지기를 반복해 남한강이 되고 한강이 되어 서울까지 이른다. 이곳이 조선시대 때부터 물길을 따라 서울로 목재를 옮겼던 뗏목들의 출발지였던 이유다. 목재를 떼로 엮어 운반해 돈을 많이 벌었다는 데서 ‘떼돈 벌었다’는 말도 이곳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떼돈 벌기가 그리 호락호락했을 리가 없다. 뗏목꾼 삶만큼 고된 게 없었고, 뗏목에 오를 때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아픔도 컸으니 말이다. 그 애절함이 정선아리랑에 깃들여졌다.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하는 애절함을 담은 정선아리랑 애정편의 주요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싸이지. 잠시잠깐 님 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여관이자 음식점인 정선 옥산장
여관이자 음식점인 정선 옥산장

아우라지의 애절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인들은 송천 징검다리를 총총 재잘대며 잘도 건넌다. 뒤따라 건너니 정자 앞에 아우라지 처녀상이 반긴다. 아우라지의 사연을 전하기 위해 정선군이 1999년 세웠단다. 처녀는 강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는데 처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아우라지 총각상이 있다. 처녀와 총각을 잇는다고 해서 오작교로도 불리는 아우라지 다리를 건너면 총각을 만날 수 있는데 굳이 그러지 않는다. 아우라지의 유명 여관이자 곤드레밥 정식으로 유명한 ‘옥산장’이 바로 그 부근이니 함께 들르는 게 좋아서다. 대신 송천 출렁다리로 향하니 서서히 저무는 해의 여린 햇살이 아우라지 물 위에 스민다. 어떤 사랑이라도 어우러질 듯 그윽하다.


관동별미 맛볼까요?


약콩 삼계탕은 말 그대로 약콩을 소스처럼 갈아 넣은 삼계탕이다. 약콩은 서목태 또는 쥐눈이콩으로 불리는 검은콩이다. 그 효능 덕분에 예부터 약용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약콩으로 부른다. 영월 고씨동굴 인근에 전문 판매식당인 ‘한식당 나무’가 있다.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식품’이라는 설명 덕분인지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콩의 향기와 맛이 잡내를 잡아주는 것은 물론 고소한 맛을 선사한다. 인삼과 마늘 등 삼계탕 본연의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1인분 1만3,000원. 033-373-3200

옥산장 정식은 크게 ‘곤드레밥 정식’과 ‘더덕구이 곤드레밥 정식’으로 나뉜다. 곤드레밥 정식은 곤드레밥을 주인공으로 수 십 종류의 반찬과 딸림음식이 나온다. 감자로 만들어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감자붕생이와 감자송편, 도토리묵무침 등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여기에 더덕구이를 추가한 게 더덕구이 정식이다. 곤드레밥 정식 1만원, 곤드레밥 더덕구이 정식 1만2,000원. 033-562-0739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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