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OFF, 시차출퇴근제로 야근 지양 분위기 조성
주말 출장은 대체 휴무 또는 연장 근로 수당 제공
국내 숙박 이용률 소폭 증가, 패키지 영향은 미미

작년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가 시행됐으며, 내년 1월부터는 50인 이상 기업에 대해 적용된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하면 2022년 12월31일까지 특별연장근로 8시간이 추가로 허용된다. 관광관련 업종 중 숙박업이 예외 업종에서 제외됐고, 운송업에 해당되는 항공업은 적용 예외 업종으로 남았다. 지난 1년 300인 이상 여행사들의 대응과 50인 이상 여행사들의 준비과정을 알아봤다. <편집자주>

300인 이상 여행사들이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PC-OFF와 대체 휴무 등의 사내제도를 마련한데 이어 50인 이상 여행사들도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pixabay
300인 이상 여행사들이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PC-OFF와 대체 휴무 등의 사내제도를 마련한데 이어 50인 이상 여행사들도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pixabay

 

●정시 퇴근 정착 …해외 인솔자는 적용 어려워


300인 이상 여행사 관계자들은 기존에도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A 여행사 관계자는 “야근을 하더라도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말했으며, B 여행사 관계자는 “야근 수당이 따로 없기 때문에, 사내에서 되도록 야근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정시 퇴근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나투어는 작년부터 자체적으로 ‘퇴근알리미’ 서비스를 신설해 사내 메신저에 로그인할 경우 퇴근 시간에 주기적으로 알람이 울린다. 레드캡투어에서는 PC-OFF 시스템을 도입해 사전에 결재를 받아야만 추가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인터파크투어에서는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해 8~10시 사이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게 했다. 


팸투어 등 주말을 포함한 출장에 대해 근로시간도 재산정했다. 모두투어는 주말 출장에 하루 6시간의 근로시간을 인정하고, 연장수당 1.5배를 지급한다. 하나투어는 보상휴가적립제도를 실시해 평일에 휴무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해외 인솔자의 경우 주52시간제 적용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패키지 특성 상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B 여행사 관계자는 “기존에 자사 정규직으로 해외 인솔자를 채용했으나,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을 진행하는 식으로 운영을 바꿨다”고 말했다. 


●소규모 여행사는 업무 과중의 우려도


회사 규모에 따라 주52시간제 효과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3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의 75%가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해 정시 퇴근이 정착했다고 응답했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38.9%와 21.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현재 주52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는 여행사들은 주말 출장에 대해 대체 휴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규모의 회사에 적용 시 부서 내 업무 과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C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업이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하다보니 비수기 때는 일이 없고, 성수기 때는 일이 많다”며 “큰 회사는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존재하지만 작은 회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성수기 때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야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체휴무가 다른 직원의 야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50인 이상 여행사들은 아직까지 내년 시행에 대해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D 여행사 관계자는 “주52시간제와 관련한 사내 제도를 논의 중”이라며 “현재 주말 출장의 경우 대체 휴무를 부여하지는 않고, 임금은 출장비 명목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 빠르게 준비하는 여행사도 있다. 롯데제이티비는 내년 시행에 대비해 연말까지 PC-OFF 및 근태관리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불필요한 야근을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홈쇼핑 해피콜 등의 휴일근무를 폐지하고, 퇴근시간에는 음악방송을 하는 등 야근을 지양하는 근무 분위기를 조성할 방침이다. 출장 등의 휴일 근무에 대해서는 평일에 대체휴무를 적용한다. 


●시행 1년, 국내 숙박 이용률만 소폭 증가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여행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여행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A 여행사 관계자는 “주52시간제는 여행업계에 큰 수혜가 된 정책은 아니다”라며 “제조업,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실질 임금이 감소해 오히려 여행관련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C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 수요는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휴일 증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국내 숙박은 빨라진 퇴근 시간과 호캉스 열풍에 더불어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E 여행사 관계자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해외보다는 국내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전년 대비 국내 숙박 상품 예약률이 소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또 “국내 패키지 상품도 증가하기는 했으나 유의미한 수준의 증가폭은 아니다”라며 “내년 50인 이상 사업장까지 시행이 되고 더 정착할 때까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연근무제로 노동 시간 변화에 유연한 대응 필요


여행업은 사람이 절대적인 재산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뉘어 시기에 따라 업무가 집중되기 때문에 노동 탄력성을 갖춰 피크타임에 대비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와 회사 간의 합의를 통해 특정기간 동안의 주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 이하로 조정하는 것으로, 연장 근로는 별도로 각 주마다 12시간씩 허용된다.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안치현 대표노무사는 “여행업은 특히 비수기 성수기의 기간이 넓기 때문에 3개월로는 부족”하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1년까지는 적용돼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3개월 단위까지 도입이 가능한 상태며, 6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출장의 경우에는 간주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다. 간주근로시간제란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근로자 대표와 회사 간 서면 합의를 하거나 취업 규칙에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명시하는 것이다. 사업자의 구체적 지휘·감독이 가능한 지 여부에 따라 판단된다. 해외 출장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이 변경되는 일이 종종 있고, 근로시간을 감독하는 감독관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야근을 방지하는 집중근로제도 있다. 오전이나 오후 특정 시간대에 회의나 휴식 없이 집중 근로를 실시해 업무에 전념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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