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ATA PSAA 불공정약관 공정위 심사청구
유럽 여행업계는 IATA 독점금지 위반으로 제소

한국 시장이 제로컴 체제로 전환된 지 10년째로 접어들었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로컴에 대한 세계여 행사들의 반격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시장이 제로컴 체제로 전환된 지 10년째로 접어들었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로컴에 대한 세계여 행사들의 반격은 현재진행형이다

[창간 27주년 특집]

한국 시장이 제로컴 체제로 전환된 지 10년째로 접어들었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행사들은 여전히 커미션 부활을 주장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행동으로도 옮기고 있다. 국제적 연대를 통해 제로컴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제로컴에 대한 세계 여행사들의 반격은 현재진행형이다.


●“VI, TASF 말고 커미션 필요”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2015년부터 매년 ‘여행사 친화적 항공사’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여행사 친화적 정책을 펼치는 항공사들을 발굴해 장려하고, 여행사 대상 판매수수료(Commission)를 유지하고 있는 ‘수수료 유지 항공사’에 대한 여행사 판매를 집중시켜 항공사들이 수수료 정책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여행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하는데, KATA는 항공사에 대한 평가와 함께 여행사들의 건의사항도 취합해 항공사 측에 전달해왔다. ‘커미션 부활’은 매년 빠지지 않는 단골 건의사항이다. 


현재 진행 중인 2019년 조사도 마찬가지다. KATA의 중간 집계에 따르면, 여행사들은 인센티브·판매보상 관련 건의사항으로 ‘커미션 제공’을 다수 꼽았다. “볼륨인센티브(VI)나 TASF를 모두 없애더라도 단 %가 되었든 항공사가 여행사에 판매수수료를 지급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로컴 항공사들이 커미션 폐지에 따른 여행사 보상책으로 도입한 VI, 여행사들의 자구책인 TASF를 모두 합해도 사라진 커미션만 못하다는 여행사들의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항공권 판매수수료 지급 요청과 함께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항공사의 VI 정책이나 TASF와 관련한 현장의 아쉬움도 많다. VI와 관련해서는, “중소여행사에 대해서도 VI 지원이 필요하며, 전년대비 성장률과 시장점유율 등으로 까다롭게 설정된 VI 지급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많이 거론했다. TASF의 경우, “현 TASF 제도를 보완해 여행사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여행업계 역시 TASF와 상담료 등에 대한 법제화 및 규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방적 제로컴, 불공정약관 탓”


항공권 판매수수료 부활 노력은 단순한 건의나 하소연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항공사-여행사 관계의 근원적 불공정성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압권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대리점관리규정(PSAA, Passenger Sales Agency Agreement)에 대한 불공정약관 심사청구다. KATA는 2018년 10월11일 국적항공사가 여행사와의 대리점 계약 체결 기준으로 삼고 있는 IATA PSAA가 약관법에 위반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해 줄 것을 공식 청구했다. PSAA는 항공사와 여행사 간 관계 설정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항공권 판매수수료 폐지와도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어떤 판정을 받을지 관심이 높다. 


항공권 판매수수료율을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여행사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한 PSAA의 불공정한 조항을 악용해 판매수수료를 전면 폐지, 여행사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는 게 KATA의 주장이다. 또 IATA가 여행사들의 동의 없이 임의대로 변경하고 수정한 약관까지도 계약당사자가 서명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한 조항 등은 약관법에서 정한 불공정 약관에 해당해 무효라는 게 이번 심사청구의 핵심 논리다.


공정위는 이번 불공정약관 심사청구와 관련해 피신고인인 양 국적항공사로부터 소명자료를 받아 심사를 벌이고 있으며, 약관자문위원회 상정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신고인인 KATA에 추가 자료도 요구했다. KATA는 항공사가 여행사를 대리점으로 임명한 증거자료, 항공권 및 가격 제공 등 항공사가 여행사를 직접 관리하는 업무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공정위 심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7월1일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지만, 여행사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PSAA가 불공정약관으로 판명된다면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다. 항공사-여행사 간의 관계가 근본적인 차원에서 재정립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제로컴으로 인해 입은 피해를 배상받기 위한 여행사들의 법적 대응도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도 잇따라 문제제기 


제로컴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반발하기는 해외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까지도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문제제기를 지속하고 있다. 유럽 31개국 7만개 여행업체로 구성된 유럽여행업협회(ECTAA, The European Travel Agents' and Tour Oprerators' Association)는 5월24일 EU 경쟁국에 IATA가 EU 조약 101조 및 102조를 위반했다며 제소했다. 항공사가 더 이상 판매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만큼 여행사는 항공사의 대리점이라고 할 수 없는데, 항공사는 IATA PSAA와 여객대리점프로그램(PAP)을 통해 과거 수수료를 지급했던 때와 동일하게 여행사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독점금지(Anti-trust)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IATA PSAA가 40년 전에 만들어져 더 이상 현재의 경제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ECTAA는 “항공권 유통환경 변화에 맞춰 항공사-여행사 간의 합리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IATA와 수 년 동안 협상하는 등 노력을 펼쳤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며 제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역시 EU 경쟁당국의 판단에 따라 작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KATA 관계자는 “올해 4월 초, KATA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세계여행업협회연맹(WTAAA) 이사회에 오창희 회장이 참석해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IATA PSAA 불공정약관 심사청구에 대해 설명했고,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대리점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WTAAA가 IATA와 구성한 전담팀(Task Force)에 대해서도 정보를 공유하는 등 국제 여행업단체와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며 “제로컴을 비롯한 IATA 관련 이슈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여행업계에 모두 적용되는 공통의 현안”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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