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럭셔리 관광 6.2% 성장 전망
맞춤일정·고급숙소·웰니스 프로그램 선호

럭셔리 여행 소비자들은 대체로 맞춤형 일정을 선호하고 관광지 보다는 현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액티비티와 웰니스 프로그램을 추구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럭셔리 여행 소비자들은 대체로 맞춤형 일정을 선호하고 관광지 보다는 현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액티비티와 웰니스 프로그램을 추구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창간 27주년 특집]

경기 불황에도 탄탄한 틈새시장이 있다. 프리미엄 마켓이다. 보다 풍요롭고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욕구는 본능에 가깝다. 소비의 가치가 재화에서 경험으로 바뀌면서 럭셔리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 주>   
 

●브랜드보다 맞춤 제작 선호 


‘럭셔리(Luxury)’는 사전적으로 ‘호화로움, 사치, 호사’ 등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개인에 따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범주를 규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럭셔리 여행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값비싼 여행 상품만을 럭셔리 여행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럭셔리 관광 트렌드 및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에 서 럭셔리 관광은 고가의 브랜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 않으며 맞춤형 경험이 럭셔리 관광 소비를 이끌고 있다고 해석했다. 


럭셔리 관광 시장을 주목하는 큰 이유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다. 과거 럭셔리 시장에서의 소비는 고가의 물질적인 재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점차 물질적인 제품보다 ‘경험’에 대한 소비 가치가 커지면서 여행도 획일적으로 만든 상품보다 자기중심적인 맞춤형 일정을 선호하는 양상을 나타냈고 자연스럽게 고가의 여행 소비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럭셔리 관광 시장에 대한 세계의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 투어리즘 이코노믹스(Tourism Economics) 통계에 따르면 2025년까지 럭셔리 관광의 성장률은 6.2%로 전체 세계 관광시장의 성장률 4.8%보다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으며 ‘글로벌 럭셔리 트래블 마켓 성장과 전망(2019-2024)’ 보고서에서는 올해 럭셔리 관광 규모는 52억달러를 기록, 2024년에는 84억6,000만달러(+62%)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기본부터 남다른 여행


그렇다면 국내에서의 럭셔리 여행 시장의 현재는 어떨까. 우선 국내 여행업계에서도 럭셔리 여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프리미엄 상품을 선보이는 국내 대표 여행사인 하나투어 제우스, 한진관광 칼팍은 모두 연평균 성장률을 두 자릿수로 전망하고 있다. 또 경기 불황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는 마켓으로 분석됨에 따라 향후 전략적으로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럭셔리 여행의 기본은 고급 숙소로 시작한다. 5성급 이상 호텔 중에서도 더욱 하이앤드 브랜드로 꼽히는 체인 호텔로 상품을 구성하며 그밖에도 리딩 호텔 오브 더 월드, 스몰 럭셔리 호텔 오브 더 월드 등에 소속된 고급 부티끄 호텔이 포함되면 럭셔리 여행 상품으로 분류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또한 대부분의 럭셔리 여행은 커스터마이즈, 즉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상품 일정표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제우스와 칼팍 상품을 예약하는 소비자들의 80% 이상은 일정표를 대체로 참고하는 정도며 원하는 일정을 추가하거나 원하지 않는 일정을 생략하는 등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럭셔리 여행 소비자들이 추가하는 일정으로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스파 예약부터 관광 열차나 헬기, 요트 등 호화로운 경험을 위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관광지 투어보다는 현지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액티비티를, 한식보다 현지식을 선호한다는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재방문 고객 비중이 높고 지인의 소개 등 네트워크를 통해 유입되는 경향도 나타낸다. 다만 일반 패키지에 비해 일정 변경이 잦은 편이고 요구하는 요소가 구체적으로 다양해 꼼꼼하게 전문 지식을 갖춘 상담이 요구되기도 한다고. 


또한 올해 럭셔리 여행 시장에서 특히 떠오른 키워드는 ‘웰니스(Wellness)’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피트니스(Fitness)를 결합한 말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의미한다. 웰니스 여행자들은 여행 중에도 건강을 위한 요가나 명상, 스파, 승마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데 한국관광공사는 웰니스 여행자가 일반 여행객보다 지출액 또한 164%나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제 웰니스 협회에 따르면 2017년 웰빙과 관련된 관광 지출은 6,134억 달러로 연평균 6.5%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우스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평가하는 웰니스 여행이 실제 한국 시장에서 체감하는 속도보다 빠른 편이지만 제우스 이용 소비자들도 음식이나 액티비티, 휴식 등 여행의 모든 여정에서 웰니스를 추구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반 상품에는 단가의 문제로 쉽게 추가하기 어려운 웰니스 관련 액티비티는 럭셔리 여행에서 거의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아직 잘 알려지지 않고 안전한 여행지에 대한 선호도 높은 편이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이 강세를 나타낸다. 물론 매출액으로 나누면 장거리 지역이 월등하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미주 등의 항공료나 체류비가 아시아보다 2~3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고급 숙소, 여행 디자이너로 변신


럭셔리 여행의 기본은 고급 숙소라고 했다. 따라서 고급 숙소에 대한 수요는 럭셔리 여행 시장의 성장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익스피디아의 2019년 1~5월 국내 5성급 숙소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지난 3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고 특히 전통적인 고급 호텔에 집중됐던 수요가 최근에는 아파트먼트 호텔(+4%p)과 리조트(+3%p) 등 다양한 유형으로 분산되는 양상을 나타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에어비앤비는 최근 고급 숙소 2,000여개를 선정해 ‘에어비앤비 럭스(Luxe)’ 브랜드를 론칭했다. 2018년 에어비앤비에서 1박당 1,000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숙소에 대한 예약률이 전년대비 60% 이상 증가하면서 럭셔리 마켓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럭셔리 숙소는 이제 ‘공간’을 넘어 투숙객의 여행 전체를 디자인한다. ‘여행사’라는 단어를 쓰는 대신 여행 디자이너, 여행 어드바이저, 여행 테일러 등의 개념이 등장한 것도 보다 차별화된 경험과 서비스를 원하는 럭셔리 여행자들을 위해서다. 에어비앤비 럭스를 예약하면 전담 여행 디자이너가 배정된다. 여행 디자이너는 아이를 돌봐주거나 훌륭한 셰프를 초대해 프라이빗한 미식 파티를 기획해주고, 요가나 피트니스 강사가 직접 숙소에서 트레이닝을 코치하도록 섭외하는 등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렌터카나 차량, 외부 액티비티 예약 등 여행 중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돕기도 한다. 럭셔리 호텔을 대표하는 포시즌스 호텔&리조트도 장기 레지던스 숙박 패키지 ‘프라이빗 리트리트(Private Retreats)’를 최근 선보였다. 프라이빗 리트리트는 약 750개의 전 세계 포시즌스 레지던스에서 숙박하면서도 포시즌스 호텔의 모든 서비스를 똑같이 누릴 수 있는 패키지로 ‘장기 투숙객’을 위해 초점을 맞췄다. 프라이빗 리트리트 투숙객 역시 셰프나 웰니스 강사 등을 초대해 프라이빗한 식사와 맞춤형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다. 


이처럼 호텔 업계에서도 VIP를 모시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호텔과 여행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교집합을 이루는 현상도 목격할 수 있게 됐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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