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규모 국내 4위, 2018년 연간 3만편 운항
오사카만 하루 13편… 노선 중복에 경쟁 치열
토착 여행사 명맥, ‘랜드팩’ 중심으로 상품 공급

[창간 27주년 특집]

국내 각지의 거점공항이 근 몇 년 사이 바쁘게 세를 확장했다. 수도권 공항의 포화와 더불어 새로운 시장을 찾는 항공사의 눈치싸움이 치열했던 탓이다. 김해, 대구, 청주, 무안 4개 내륙 공항 인근 지방 시장의 현재를 짚어봤다. 

 

▼부산
몇 년 사이 부산 김해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 횟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수도권으로 올라오지 않아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근거리 대부분을 여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인프라의 한계는 명확하다. 국제선이 늘어나기 시작한 약 3년 만에 슬롯은 포화됐다. 운항 노선과 횟수 증가율은 앞으로 이전만 못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았다. 거대한 남부 시장에 매료된 항공사들은 중장거리 노선에 속속 취항하고 있다. <편집자주>

탄탄한 소비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김해공항 ⓒ한국공항공사
탄탄한 소비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김해공항 ⓒ한국공항공사

●연간 3만편 취항, 김해공항 호남까지 흡수 


2018년 기준, 김해국제공항의 국내선과 국제선을 포함한 총 운항편수는 11만924편을 기록했다. 인천국제공항(38만7,497편), 제주국제공항(16만8,331편), 김포국제공항(14만1,080편)에 이어 네 번째로 운영규모가 크다. 수도권을 제외한 내륙 지역에서는 가장 활성도가 큰 공항인 셈이다. 


김해공항은 정체돼 있던 국제선이 2015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15년 이전 국제선 운항편수는 연간 약 1만8,000편 정도로, 연간 국내선 운항편수 약 2만편보다 적었다. 그러나 2015년을 기점으로 국제선 운항편수가 국내선을 바짝 따라잡고 2016년 역전하면서 국제선 전성시대를 열었다. 2015년 2만1,771편에서 2016년 2만6,522편으로, 2017년에는 2만9,240편으로 느는 등 상승폭도 상당했다. 지난해에는 3만1,721편의 국제선이 운영돼 최초로 국제선 3만편 이상을 달성하게 됐다. 


김해공항의 성장은 필연적이었다. 수도권과의 거리 차이 때문에 한반도 남부 지역의 거점 공항은 절실했다. 남부 지역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최소 반나절에서 하루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곧 김해공항은 부산을 비롯한 영남 지역 수요는 물론이고 여수, 순천 등 호남 지역 수요까지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실제로 여수에서 김해공항까지는 약 2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부산 거점의 주요 여행사들은 호남 지역에도 함께 영업 활동을 벌인다. 최근 무안공항의 활성도가 높아지면서 호남 수요가 분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고려 대상 공항에 올라있다. 


그러나 한계도 빠르게 닥쳤다. 2015년 국제선이 늘어나기 시작한 지 약 3년만인 2018년, 김해공항의 슬롯 포화율은 98%에 임박했다. 추가 공급이 어려운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약 3만여편 정도의 지난해 수준의 공급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간선 노선에 중복 공급… ‘피 터지는’ 경쟁


이전까지 김해공항은 다른 내륙 공항에 비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국적 FSC와 베트남항공, 필리핀항공, 중화항공 등 외국 FSC의 국제선 비중이 상당히 높았던 곳이다. 청주나 무안에 비해 소비 기반이 탄탄하다는 이유에서 외항사 대부분이 한국의 주요 공항으로 인천에 이어 부산 김해를 점찍고 취항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미 오래전부터 부산에서는 하노이, 마닐라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 직항이 운영돼 상용과 레저를 두루 아울렀다. 상대적으로 항공가가 높았던 것도, 때문에 레저 수요가 인천으로 많이 이동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FSC의 단독 노선이 다수였고, 취항 항공사가 적어 가격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급이 늘어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약 3년 만에 시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LCC 중심으로 취항 항공사가 크게 늘어났고, 동시에 노선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간선 노선 중심으로 여러 항공사의 중복 공급이 이뤄진 점은 부산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가격 경쟁이 극한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현시점(2019년 7월 기준) 김해공항의 일본 노선을 보면 도쿄(나리타),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기타큐슈, 사가, 삿포로, 오키나와, 오이타 총 9개 노선이 운영된다. 모두 일본 내 거점 도시로 연결되는 간선 노선들이다. 오사카 노선의 경우 하루 총 13편이 운영돼, 하루 21편이 운영되는 인천-오사카 노선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다. 


때문에 부산에 기반을 둔 여행사 대부분은 ‘중복 노선’ 리스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방콕, 타이페이, 코타키나발루 등 부산발 대부분의 노선은 개설 이후 연달아 추가 공급이 이뤄지면서 가격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모두투어 영남사업부문 김종진 이사는 “동일 노선에 대한 추가 공급이 잦아 시장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라며 “올해 들어 여행 시장이 안 좋아지자 최저 가격이 계속 갱신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상품 다양성에 한계가 있다보니 수익성 또한 지켜지기 어렵다. 항공사의 직판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B2C 가격 변동이 잦아 여행사 판매 한계성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 여행 시장이 주춤해지고 있는 올해 2분기부터는 살림살이가 눈에 띄게 팍팍해지고 있다. 항공사의 저가 프로모션이 B2C 채널에서 쏟아지고, 수요 저조에 상품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가격 마지노선이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강향원 이사는 “여행자의 가격 저지선이 계속 떨어진다”라며 “인기 지역이어도 30만원 이상은 고가 상품으로 인식돼 예약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악순환의 도돌이표다. 예약이 없어 출발일에 임박해 계속 상품가가 떨어지고, 소비자는 이런 초저가 상품으로만 예약한다는 것이다. 대구공항이 활성화 되기 시작한 뒤에는 대구 출발 상품가와 부산 출발 상품가를 두고 비교하는 수요도 늘어나 상품가 마지노선을 지키기 더욱 어려워졌다.

 

중장거리 취항 원년, 공항확대 절실

실크에어·제주항공 싱가포르서 접전
첫 유럽 직항에 부산 ‘환영’, 일정 논의 중
BX A330-LR 연내 도입, 수도권 역진출 가속도

 

김해공항에서 첫 유럽 직항 노선이 취항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핀란드 헬싱키
김해공항에서 첫 유럽 직항 노선이 취항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핀란드 헬싱키

●싱가포르 이어 헬싱키, 부산에서도 ‘간다’


싱가포르, 헬싱키 노선 신설은 부산 시장의 가장 큰 기회요인으로 부상했다. LCC가 보유한 기종 한계 때문에 지금까지 근거리 여행지에 신규 노선이 집중됐지만, 중장거리 노선이 개설되기 시작한 것이다. 싱가포르 노선은 지난 5월 실크에어가 스타트를 끊고 7월 제주항공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FSC와 LCC가 각각 취항하게 되면서 다양한 시장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거란 예측이다. 부산 노선 대부분이 LCC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품격 상품 또는 기업이나 상용 인센티브를 위한 고급 상품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에 환영받는 노선 중 하나다. 


보다 상징적인 노선은 핀에어의 헬싱키 노선이 될 전망이다. 이전 루프트한자의 뮌헨 노선이 있었지만, 부산에서 인천을 거쳐 뮌헨으로 가는 여정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경유 노선에 속했다. 때문에 헬싱키 노선은 실제 개설될 시 부산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첫 직항 노선이 된다. 아직 구체적인 취항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부산시와 핀에어의 노선 개설 의지가 명확해 곧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산에게는 올해가 중장거리 노선 개설의 원년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지방공항 중 최초로 싱가포르, 헬싱키 노선 등 중장거리 노선을 개설한 데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이를 기회로 더 많은 중장거리 노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아직도 유럽이나 미주 등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는 수도권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공항 인프라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다. 헬싱키 노선 개설 확정 발표를 시작으로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환기가 이뤄지는 등 인프라 개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장기전이 예상되는 동남권 신공항 개설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커퓨(야간 운행통제 시간)타임에 대한 효율적 운영 및 소음 저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착 여행사 항공 블록 적극운영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토착 여행사도 여전히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랜드사의 역할이 ‘지상’ 공급으로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 수도권과 달리 부산은  지상과 항공을 함께 다룬다. 보통 부산의 토착 여행사는 랜드이고, 이들 토착 여행사가 공급하는 상품을 ’랜드팩’이라고 부른다. 항공과 지상이 포함된 랜드팩이 여행사로 흘러가 여행자에게 소개되는 구조다. 


전체 부산 시장을 놓고 보면 토착 여행사가 가져가는 항공 좌석 비중이 대형 여행사 못지 않다. 특히 부산 기반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좌석은 토착 여행사 중심으로 배분, 에어부산의 성장이 토착 여행사의 성장을 이끌기도 했다. 시장 확대와 함께 성장한 토착 여행사 중에서는 부산을 넘어 타 지역으로 진출한 경우도 있다. 빅프라임투어다. 인접지역인 대구는 물론이고 무안 등 지방, 2018년에는 서울에도 진출해 활동 중이다. 


부산에 뿌리 내린 대형 여행사도 다수다. 모두투어와 하나투어는 각각 29년, 20년째 부산에 지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고, 비교적 최근인 지난 4~5년 사이 노랑풍선, 내일투어, 여행박사 등이 진출했다. 하나투어는 2017년 처음으로 부산에서 여행박람회를 개최하며 부산 여행 시장의 빅이벤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Briefing 
에어부산 
부산에서 서울로, 역진출 꾀하는 에어부산

김해공항은 다른 지방 공항에 비해 취항 항공사 수와 노선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경쟁도 치열하다. 부산에 기반을 둔 에어부산(BX)은 2015년부터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 타 LCC와 치열하게 접전을 벌여왔다. 현재 김해공항 내 운항 비중은 35%, 취항 항공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 시장을 주도하는 항공사이니만큼 운항 노선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시장 잠재력이 확실한 노선은 물론이고 다양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노선도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이 대표적이다. 향후 중장거리 노선에도 대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A321-LR을 연내 도입한다. 해당 기종은 부산에서 델리까지 취항이 가능한 기종으로, 곧 아시아 전역을 아울러 노선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여타 LCC에서 취항할 수 없는 중장거리 핵심 노선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어 올해 공표한 인천 진출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현재(6월 중순 기준) 인천공항 내 항공사 사무실 입찰이 진행 중이고, 서울 시내 사무실도 준비하고 있다. 직원 채용도 바쁘게 이뤄지고 있다. 인천 진출은 에어부산의 새로운 기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른 LCC가 인천을 기점으로 지방공항으로 거점을 확대해 왔다면, 에어부산은 유일하게 부산에만 연고지를 두고 활동해왔다. 좌석 운용과 영업의 한계는 인천 진출을 통해 타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에서 개설하게 될 첫 노선은 중국 노선으로, 지난 3월 운수권 배분을 통해 확보한 인천-선쩐(심천), 인천-닝보(영파) 노선이 될 것이다. 

 

●Interview 
인투어 정석찬 대표
시스템 필요 인식해야

인투어 정석찬 대표

부산 기반의 인투어는 2011년 설립한 장거리 전문 여행사다. 최근 부산 여행 시장은 크게 확장됨과 동시에 여러 변화에 맞닥뜨리고 있다. 캐나다 패키지 상품을 예로 들면, 이전 400~500만원을 호가하던 상품이 절반 가격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예약률은 높지 않은데, 이는 최근 부산 일대의 경기가 침체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여행사간 경쟁도 치열하지만, 항공사와 여행사, 그리고 OTA와의 경쟁도 점차 심화되는 중이다. 40~50대 이하 세대에서는 자유여행 소비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태가 변화했지만 아직 여행사의 시스템 보급률은 높지 않다. 유통과정의 모든 관계자가 편리하게 접근하고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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