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이성균 기자

출장 갈 때마다 ‘카메라 바디는 몇 개, 렌즈는 어떻게 가져갈까. 삼각대는?’이라는 고민이 든다. 최소한으로 가져가고 싶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다보면 어깨에 짊어지는 가방의 무게는 위탁수하물보다 부담스러워진다. 그러나 지난 출장에서 가방 무게만큼의 큰 허탈감도 느꼈다. 최신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과 그 결과물이 웬만한 카메라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만 신경 쓴다면 누구나 똥손이라는 오명은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이런 환경임에도 여행사 상품 페이지의 사진들은 간혹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첫 화면은 클릭을 유도하는 화려한 사진들이 꽉 채우고 있어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 만족도는 오래가지 못하는데, 상품의 여행 일정 페이지로 넘어가면 극사실적인 사진들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수평이 어긋나 내 고개를 꺾는 건 애교다. 5성급 호텔을 강조하는 상품명이 무색한 어두컴컴한 객실, 흐린 날에 찍은 랜드마크, 입맛을 돋우지 못하는 음식 사진 등 상품의 격에 맞지 않은 사진들이 버젓이 걸려있다. 수평과 밝기 등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스마트폰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말이다. 홈페이지 유입률을 늘리기 위해 대형 포털 사이트에 쏟는 광고비는 막대하면서 정작 홈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관광청과 호텔, 액티비티 업체들은 ‘인스타그래머블’, ‘픽처레스크’, ‘인생샷 성지’ 등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는데 정작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에서 앞길을 막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된다. 물론 여행사와 직원들의 사정도 이해가 간다. 여행사가 상품 내 모든 목적지들의 사진을 구매할 수 없을 것이며, 직원은 출장에서 사진을 잘 찍어 온다고 한들 회사로부터 포상을 받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출장 횟수가 많은 만큼 여행사 차원에서 사진 관련 교육을 진행하거나 월간 사내 공모전을 통해 사기를 북돋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또 패키지를 다녀온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진 공모전을 진행해 좋은 사진도 얻고, 브랜드를 재각인 시킬 수도 있다. 요즘은 워낙 사진 찍는 게 쉬운 일이고, 웹사이트 내 작은 프레임에 들어가는 사진이라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볼만한 사진을 건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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