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여행이 업이니 여행이 일상이다. 고향집보다 인천공항을 더 자주 가는 것 같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출장이 대부분 주말을 끼고 있다 보니, 가끔 피로가 누적될 때는 여행의 설렘보다 다음 날 출근에 대한 체력적인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워라밸 열풍은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 줄 모르는데, 여행업계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얼마 전 출장을 갔을 때였다. 현지 공항에서 일행들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바로 일요일. 화두는 ‘내일의 출근 시간’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답변은 다양했다. 인천에 새벽 6시에 도착해서 그날 바로 출근이라니. 집에 가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리라 다짐했던 나는 일행들에게 눈빛으로 위로를 건넸다. 주말 출장으로 인해 여행업 관계자들은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도 일을 하는 구조다. 


팸‘투어’라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수집해야 하는 덕에 출장 중에는 마냥 즐기지 못하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한 여행사 직원은 기자만큼이나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었다. 왜인가 했더니 보고형식이 글에서 영상으로 바뀌었단다. 시대가 바뀌면서 예전보다 일도 늘어난 셈이다. 그러다보니 웃픈 상황도 발생한다. 보통의 관광객들이라면 이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컴플레인을 걸기 마련인데, 오히려 팸투어 중에는 긴 이동시간에 반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벌써 내려요?”하는 아쉬움 가득한 일행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내년 50인 이상 여행사 대상 주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팸투어에 대한 부담이 늘고 있다. 대형 여행사의 경우 충분한 인력을 바탕으로 해외 출장에 대해 대체휴무 또는 연장수당을 제공하고 있지만, 문제는 중소여행사들이다. 중소여행사들에게 내년 시행 계획을 물었더니, 아직 먼 일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직원들의 근로시간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에 씁쓸함이 몰려왔다. 


워라밸 열풍의 이면에는 ‘번아웃 증후군’이 있다. 누군가에게 휴식을 선물하느라 정작 여행업계는 쉬지 못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있다. 출장이 끝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일행들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쉬어야 일을 한다. 여행업계에서도 스스로 휴식을 선물할 때다. 번아웃되기 전에.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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