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하면 닭갈비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막국수는 그저 후식쯤으로 치부했다. 땀 흘려 막국수를 만든 후에야 나는, 이번 여행의 주인공을 막국수로 정했다.   

국수를 짜내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국수를 짜내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춘천, 가장 가까운 청춘의 이름


“쉬는 날에 왜 춘천에 가? 좀 더 멀리가야지” 주말 행선지로 춘천을 택했을 때, 친구들은 내게 물었다. 가까울수록 소홀하기 마련이고, 가까울수록 오히려 더 멀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가지 않는다면, 언제고 가지 않으리라. 나는 춘천행 기차에 오르며 가까운 낭만의 소중함을 먼저 곱씹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2층 기차인 ITX-청춘열차는 쉽게 위층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사소한 특별함에 마음이 설레곤 하는 나는 매진된 예매창을 닫으며 2층 좌석에 앉은 이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청량리와 춘천의 첫 글자를 따 청춘열차라 이름 붙였나 했더니 젊음의 추억, 낭만이 깃든 경춘선을 달린다는 의미라고 한다. 낭만과 꿈, 동경과 추억. 반짝이는 청춘의 이름을 마음에 담고 떠나는 자, 모두 청춘이다.


●막국수는 뚝뚝 끊어져야 제 맛


이른 아침 출발하느라 굶주린 배를 붙잡고, 제일 먼저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으로 향했다.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은 춘천의 향토음식인 막국수를 테마로 한 전문 박물관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문화해설사가 반갑게 맞아준다. 전시물을 보려면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야 할 정도로 아이들을 안고 가족단위로 찾아온 이들이 많았다. 


씨만 던져놓으면 저절로 자라는 덕에, 조선시대에는 메밀 재배를 권장했다고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절로 자라는 메밀은 가난하고 굶주린 자들의 보물이었을 터. 그럼에도 요즘에는 왜 메밀밭이 잘 보이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메밀보다 다른 작물의 수입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젠 축제장 근처에서나 메밀밭을 만나볼 수 있다니 아쉽기 그지없다.  


메밀 100%로 만든 막국수는 쫄깃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쫄깃함을 쫓아 밀가루, 전분을 많이 섞어버리면 메밀 본연의 맛을 잃게 된다. 춘천막국수는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인 것을.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에 왔다면, 단 하나만 기억하자. “춘천 사람들은 가장 쫄깃하지 않은 집을 찾아 간다.” 

낭만과 함께 달리는 강촌레일바이크
낭만과 함께 달리는 강촌레일바이크

 

●웃음이 꽃 피는 레일바이크


막국수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면 레일바이크로 향하자. 달리고 싶다면 힘껏 페달을 밟아도 좋고, 쉬고 싶다면 일행에게 페달을 맡겨두고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해도 좋다. 레일바이크는 언제 가도 좋다는 뜻이다. 경춘선을 거슬러 이제는 폐역이 된 경강역으로 향했다. 


직접 페달을 밟으며 레일을 따라 느긋하게 움직이다 보면 기차를 타고 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모자이크 하듯이 듬성듬성 철로를 곱게 메우는 낙엽이며, 뺨을 스치는 아직은 차가운 공기의 온도까지. 직접 페달을 굴리고 바람을 가르고서야 오롯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코스를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반대편 선로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양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마주보는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옆 집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기는커녕,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삭막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온도를 느끼고 싶다면 레일바이크에서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자.

 

춘천 글·사진=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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