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여행업계 전문용어인 ‘팸투어’는 영어로 ‘Familiarization Tour’의 줄임말이다. 관광청이나 항공사, 호텔 등에서 여행지와 상품 등을 홍보하고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행을 판매하는 관계자들을 초청해 직접 시설을 둘러보고 경험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자리로 해석한다. 홍보와 판매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미디어나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도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 SNS에서 팔로우를 하고 있는 타이완의 한 여행기자가 부산으로 팸투어를 다녀갔다고 했다. 며칠 동안 그녀가 올린 게시물을 보아하니, 그녀는 삼겹살에 ‘카스처럼’ 폭탄주를 마셔보기도 하고 씨앗호떡과 돼지국밥을 먹고 한복을 입은 채 감천문화마을을 걷기도 했다. 물론 그녀는 벡스코와 태종대, 해운대와 같은 주요 명소에도 다녀갔다. 평소보다 사진을 자주 올린 것으로 보아 다행히 많은 경험에 만족한 눈치였다. 


팸투어는 주최 측의 마케팅 목적과 추구하는 정책 방향에 따라 진행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건축이면 건축, 스포츠면 스포츠, 음식이면 음식 등 한 가지 테마를 정하고 해당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둘러보거나 체험하기도 하지만 핵심을 쏙쏙 골라 다채로운 것들을 경험하길 바라는 주최자도 있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해보고 돌아가라며 텅 빈 일정표를 내놓는 곳도 물론 있다. 최근 다녀온 팸투어에서는 이 같은 ‘일정’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한 인플루언서는 여행사 상품을 직접 체험하는 팸투어에 참가했는데 숙박시설이며 방문지, 이동시간 등에 불편한 점들이 많아 ‘모든 경비를 본인이 부담하고 포스팅은 솔직하게 리뷰하겠다’고 말해 논쟁이 벌어졌다고 고백했다. 반대로 어떤 유튜버는 한 항공사 팸투어에 참가했는데 관광명소와 체험, 현지인과의 만남 등 유의미한 콘텐츠가 풍성해 사전에 약속한 게시물 개수 그 이상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했다고도 말했다. 


이처럼 최근 여행업계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활발하다. 하지만 ‘홍보’와 ‘판매’를 노골적으로 원하는 주최 측과 이를 지양하는 인플루언서가 만나 협업한다면 결과는 서로 만족스럽지 않을 게 뻔하다. 한 도시의 예술적인 모습을 홍보하는 데에 스타 셰프를 섭외하지 않을 테고, 골드미스 블로거가 뽀로로 테마파크를 체험해보겠다고 나서는 일도 없을 테다. 팸투어를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 단계에서 주최자와 참가자가 추구하는 방향과 목적까지 세심하게 따져볼 일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