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석의 흥미로운 철도관광 이야기①

이민석
이민석

지금이야 다양하고 저렴한 항공노선과 넘쳐나는 여행정보, 편리한 앱 덕분에 어렵지 않게 개별여행을 즐길 수 있다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정보를 찾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 패키지투어가 훨씬 인기를 누렸다. 그럼, 패키지로 여행상품을 팔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1841년 영국 중부 레스터(Leices ter)에서 살고 있던 토마스 쿡(Thom as Cook, 1808~1892)은 어느 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인쇄업을 운영하면서 침례교회의 전도사 및 금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당시 영국사회는 국가차원에서 전국적인 금주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열혈 금주운동가였던 토마스 쿡은 도시노동자들의 음주습관을 없애기 위해 활동을 하던 중 레스터에서 불과 15마일 떨어져 있는 러프버러(Loughborogh)에서 대규모 금주 캠페인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토마스 쿡은 이 행사에 참석해 금주운동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자동차와 철도를 이용해 러프버러까지 갈 수 있었으나, 캠페인에 참가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함께 이동하기 위한 교통비용이 문제였다. 단체여행에 대한 가능성을 직감한 토마스는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자에 허덕이던 철도회사를 찾아가 레스터에서 러프러버까지 왕복 30마일 노선을 단체요금으로 협의해 1인당 1실링의 요금으로 9량의 전세열차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 불특정 일반인을 모집해 참가자들에게 교통(기차표), 식사 등을 제공하고 모든 관광일정을 가이드하면서 1841년 7월5일, 무려 1,570명의 단체 유료여행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바로 이 행사가 근대 여행업의 첫걸음이며, 패키지(Package) 여행상품의 시작이 되었다.

토마스의 여행상품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여러 곳에서 다양한 단체여행 문의가 들어오면서 ‘Thomas Cook & Son Co.’라는 여행사가 설립된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여행사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토마스 쿡에게 사업적 영감을 얻어 다양한 단체여행상품을 개발했고, 여행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철도청에서 처음 출시한 서울-경주간 ‘신혼열차’ 여행상품이 큰 호응을 얻게 되자, ‘진해 벚꽃놀이 관광열차’, ‘증기기관차 시승잔치’, ‘단풍 관광열차’ 등 수학여행, 가족여행, 친목여행 등 다양한 테마의 철도여행상품이 개발됐다. 철도여행상품은 90년대 후반까지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자동차 이동의 편리함과 국내선 항공기의 속도 등에 밀려 인기가 주춤해졌다. 하지만 철도는 자동차, 항공, 선박 등 현재 관광에 사용되는 운송수단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고, 안정성 및 정시성이 높아 차세대 관광 교통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2004년 고속철도(KTX)가 개통되면서 1일 생활권이 가능해졌고, 2005년에는 철도청이 코레일(한국철도공사)로 공사화 되면서 지자체, 민간여행사 등과 함께 ‘5대 벨트 관광열차’, ‘팔도장터 관광열차’, ‘레일크루즈 해랑’ 등 단체 및 개인을 위한 다양한 철도관광상품을 출시해 한국 여행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도전정신으로 시작한 세계 최초 여행사의 시작이 단순한 기차여행이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철도 여행상품으로 시작된 토마스 쿡 여행사는 그 후 여행사업, 호텔사업, 항공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한때 90억 파운드(약 13조1,800억원)의 매출과 2만2,000명의 직원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여행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토마스 쿡 여행그룹은 아쉽게도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유럽의 재정위기와 온라인 여행의 발전 등에 따른 경영난에 결국 2019년 매물로 나와 주요 사업 부문이 글로벌 리조트 ‘클럽 메드’의 소유주인 중국 포선인터내셔널 그룹에 팔릴 처지에 놓여있다. 만약, 매각이 성사된다면 200여년의 된 토마스 쿡 여행그룹은 역사로 사라지게 된다. 


요즘 여행업계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템들을 쏟아 내고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매출과 펀딩에만 집착해 빠르게 사업 확장을 하다보면, 자칫 소비자들의 니즈를 놓쳐 실패하거나 심지어 토마스 쿡의 회사처럼 매각될 수도 있다.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혹은 힐링을 찾아,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에 맞춰 다양한 개별여행 프로그램과 관광 관련 앱 등이 개발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시대의 변화는 인정하되 소비자와의 속도는 맞추는 초심은 잃지 않는 경영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글 이민석
코레일관광개발 수석부장 / 호텔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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