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복의 CCBB] Swim at your own risk
[장영복의 CCBB] Swim at your own risk
  • 장영복
  • 승인 2019.08.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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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끈 여행사 대표장영복
신발끈 여행사 대표
장영복

익사사고는 교통사고와 더불어 해외여행 중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고다.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익사고에 대처하는 정확한 기준은 개별 여행자는 물론 여행사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법원조차 패키지 여행에서 수상활동 중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교육 여부, 자유시간 또는 가이드 동행 여부, 구명조끼 여부 등 사건의 지엽적인 부분만을 고려한다. 


이제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할 때다. 패키지 여행 중 수상사고는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인만큼 이러한 사고가 여행사의 폐업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한국보다 여행의 역사가 깊은 국가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사건 별 기준이 아닌 포괄적인 기준을 세워 두고 불필요한 곳에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을 줄인다.
‘수영 중 사고는 본인의 책임입니다’라는 의미의 Swim at your own risk는 여행을 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경고 문구지만 진정한 의미는 따로 있다. 외국의 호텔 수영장에서는 안전요원이나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의 유무와 관계없이 수영에 관한 모든 위험은 여행자의 책임이다. 패키지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스노클링, 수영장, 바닷가, 자유시간 등의 특정 기준이 아닌 ‘물놀이에 관련된 책임은 해당 여행자’라고 포괄적으로만 명시를 해 둔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여행사나 리조트의 책임이 아닌 여행자의 책임인 것이다. 이들 국가는 수영장 물에 발끝이라도 대는 순간 여행자의 책임이라고 보고 법원도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판결을 내린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러한 기준이 이해가 힘든 것이 당연하다. 어떻게 이용객들의 안전을 본인의 자유에만 맡긴단 말인가. 반면에 프랑스 정부의 경우 상충되는 가치들 중 국민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몽블랑에는 정상을 오르는 중 생기는 사망사고처럼 각종 사고들이 빈발한다. 프랑스 정부는 하루에도 수 차례 헬리콥터로 구조활동을 벌이지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나이나 날씨, 시기 등의 이유로 입산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문 가이드를 양성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방문자에게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센터와 산악학교를 운영한다. 자유가 바탕이 된 안전이 결국 더 적극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며 국민의 최고의 가치, 즉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비하면 아직 우리의 시야는 그리 먼 곳을 내다보고 있지 않다. 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24조에 의하면 해수욕장은 7, 8월 두 달만 개장해 이용객들은 이 기간에만 바다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폐장 기간에 수영을 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부산이나 제주도처럼 겨울에도 영상을 유지하는 해수욕장을 폐장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금지를 바탕으로 한 수직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아무런 거부감없이 통제를 받아왔다. 지자체는 해수욕장을 호루라기 소리가 난무하는 거대한 수영장으로 만들었고, 패키지 여행 중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으면 스노클링을 하지 못하는 난센스를 겪어야 했고, 삼면이 바다인 대한국민을 세계에서 가장 수영을 못하는 민족으로 만들었다.


이제 우리의 안전 개념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원은 정해진 기간 내 해수욕을 했을 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기반으로 한 안전이 최고의 안전'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swim at your own risk는 단순한 문구처럼 보이지만 ‘금지’로 국민을 보호하는 후진국에서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자유’를 보호하는 선진국으로 가는 이정표일 것이다. 여행지에서 최소한의 성인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즉 책임에 기반한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은 물론, 여행사와 지자체, 법원까지 변화할 필요가 있다. 여행사는 모든 여행계약서에 ‘수영사고는 본인의 책임'이라는 문구를 삽입해야 할 것이다. 이 하나의 문구 여부가 작은 여행사의 존폐를 결정짓게 될 수도 있다. 여행사는 수영사고가 본인의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럼에도 수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법원은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전보장이라는 명목 하에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며 각자가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장영복
신발끈 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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