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C-LCC 간선부터 지선까지 운휴 및 감편
최대 2/3까지 타부서로 전환배치 한 여행사
마카오, 가오슝 등 신규 목적지 탐색전 바빠

일본 여행 시장이 하릴없이 가라앉고 있다. 7월 말 일본이 촉발한 경제보복은 여행 시장에 핵폭탄급 타격을 입히고 있다. 항공 노선은 뚝뚝 끊어지고 있고 여행사들은 일본 부서 직원의 전환배치를 실시했다.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을 대체할 목적지 개발도 바빠지고 있다. <편집자주>

●항공사 총 53개 일본 노선 조정 실시


7월4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물품에 수출규제를 시행, 경제보복을 시작했다. 이에 갖가지 소비품목에서 시작된 일본 보이콧은 7월 중순부터 여행 상품으로 번졌다. 수출규제 초반에는 양국 관계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었던 터라 여행 시장에서도 미래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읽혔으나, 7월 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수출규제 이후 한달 하고 보름이 지난 현재, 업계의 가장 큰 타격은 일본행 항공 노선의 운항 중단이다. 8월 초부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국내 LCC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일부 일본 노선의 운항 중단 및 감편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국내 LCC의 경우 일본 비중만큼 일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운휴 결정은 시장에 상당한 충격일 수 밖에 없다. 8월 중순인 현재 대한항공의 5개 노선과 아시아나항공의 4개 노선을 포함, 국적 LCC 6곳의 49개 노선까지 총 53개 노선에 운휴 및 감편 결정이 났다. 


운휴 및 감편은 일본 노선 전방위적으로 실시됐다. 티웨이항공은 사가, 오이타, 구마모토, 가고시마 등의 노선의 운휴를 결정했고, 이스타항공도 가고시마, 이바라키 노선을 비운항하기로 했다. 에어서울은 도야마, 구마모토, 우베 노선을 운휴한다. 간선 노선도 예외는 없다. 제주항공은 도쿄 노선을 인천, 무안, 부산에서, 오사카 노선 또한 무안과 부산에서 각각 감편한다. 에어부산은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 노선을 운항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항공사의 일본 노선 조정은 8월 중순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이지만, 추가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신규 예약이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운항에 따른 비용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용이나 비즈니스 수요가 받쳐주는 간선 노선 외, 레저가 주 목적인 소도시 노선은 생명줄이 더욱 위태롭다.


반대로, 이번 운휴 및 감편이 우선 하계 시즌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미래를 기대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극적으로 양국 간의 갈등이 해소되면 동계부터 재취항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회복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거라는 게 중론이다. 

●일본부서 직원 전환 배치 수두룩


여행사도 일본 부서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대형 여행사 대부분은 8월부터 일본 부서 직원들의 전환배치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투어는 매월 수시로 실시하는 소규모 인사를 통해 8월1일자로 일본지역본부의 10여명을 타 부서로 전환 배치했다. 전체의 약 10% 규모다. 모두투어는 7월과 8월 각각 소규모 인사를 단행해 일본 부서의 약 30% 인원을 상품본부 내 타 부서로 발령했다. 인터파크투어도 일본 부서의 약 25%를 타 상품 부서로 전환했고, 한진관광은 30%를 전환 배치했다. KRT의 경우는 약 2/3를 발령, 가장 큰 규모로 일본 부서를 축소했다. 


마찬가지로 여행사의 일본 부서 축소는 향후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크다. 여행사의 경우 최근 1년 동안 일본 상품 판매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던 데다, 이번 사태로 그나마 유지되던 그룹여행 수요가 폭락했다. 그룹여행은 특히나 시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신규예약은 전무할 정도로 떨어진 상황이라 일본 부서의 역할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예측이 팽배하다. 


보다 막막한 것은 일본 전문 여행사들이다. 오로지 일본에만 집중해왔던 여행사들의 경우 대체 수익원이 없는 상태여서 더욱 갑갑하다. 일부 여행사들은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등 운영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대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항공자유화 국가에 노선 개설 가능성


일본 시장의 축소는 근거리 아시아 국가에 풍선효과를 일으킬 전망이다. 국내 LCC가 운휴 및 감편하면서 단거리 기종으로 취항할 수 있는 도시들이 물망에 올랐다. 국내 LCC 대부분이 올해 운수권을 확보한 중국 노선에 신규 취항을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다. 올해 5월 운수권 배분 이후 한동안 신규 취항 소식이 없었으나 일본 노선을 축소하면서 봇물 터지듯이 중국 노선 취항 일정이 공개되고 있다.

 
중국 외에는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 협정이 맺어진 아시아 국가가 1순위다. 한국은 현재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과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시장성과 거리를 감안하면 베트남에 대한 공급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오랫동안 띄우고자 했으나 답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라오스 또한 재조명될 여지가 충분하다. 


한편 일본 노선 조정 이후 아시아 지역에 신규 취항을 결정한 항공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9월1일부터 10월26일까지 인천-마카오 노선에 주4회 증편을 실시하며, 티웨이항공은 부산-가오슝에 9월6일부터 10월26일까지 신규 취항하기로 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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