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석의 흥미로운 철도관광 이야기②

이민석
이민석

우리에게 수학여행 혹은 MT라는 단어는 젊은 시절의 설렘이었다. 기차를 타고 삶은 계란에 사이다를 마시며, 통기타와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는 시간은 곧 여행의 낭만이었다. 1980년대, 기차는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며 목적지까지 실어다주는 이동 수단이었고, 여행인 동시에 매력적인 관광 상품이었다. 당시 철도는 육상 교통의 가장 대표적인 여객운송 수단으로서 다른 교통수단들보다도 관광지 형성에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육상 관광지까지의 장거리 이동 및 대량 여객운송은 주로 철도가 담당했고, 관광자원 및 관광지 개발도 철도 개통과 더불어 본격화됐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변화로 인해 현재 철도는 관광객을 목적지까지 이동시켜주는, 관광열차로서의 기능보다는 속도와 접근성만이 강조되는 교통수단으로 전락했다. 


코레일은 수 년 전부터 열차를 신규로 제작하거나 개조해 관광과 열차서비스 두 가지가 접목된 새로운 관광열차를 개발해왔다. 기존 일반열차와는 다른 차별화된 객차 및 관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관광열차로는 평화열차(DMZ트레인), 정선아리랑열차(A트레인), 서해금빛열차(G트레인), 중부내륙관광열차(O/V트레인), 남도해양열차(S트레인), 바다열차, 레일크루즈 해랑, 국악와인열차(Wine트레인), 팔도장터관광열차, 교육열차(E트레인)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차 내 숙박이 가능한 호텔식 관광열차인 레일크루즈 해랑은 국내 최고급 관광열차라 칭할 수 있다. 수 년 전 일본철도 JR큐슈 회장단을 대상으로 레일크루즈 해랑 탑승 체험을 수행한 적이 있는데, 그 뒤 몇 년 지나지 않아 JR큐슈도 호화관광열차 ‘나나츠보시’를 개통했다. 개통식에 초대를 받고 나서 JR큐슈 회장단이 해랑 열차를 탑승한 게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나나츠보시는 성공적으로 개통됐고, 연이어 JR동일본의 호화관광열차 ‘시키시마’도 개통되면서 두 열차는 현재 사전예약도 추첨을 통해서만 받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 선진국들은 자신만의 특색 있는 관광열차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의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스위스의 ‘골든패스’, 러시아의 ‘시베리안 횡단철도’, 캐나다의 ‘로키 마운티니어’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관광열차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콘텐츠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개인에 따라 여행의 목적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지 않은가! 조만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멋진 관광열차가 하나쯤은 탄생해 “혹시, 이런 관광열차 타봤어?”라고 묻는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상상해 본다.  

 

이민석
코레일관광개발 수석부장 / 호텔관광경영학 박사
mslee@korailtra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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