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기 침체에 수익성 높은 ‘하드’ 요구
“다 힘든데 항공사 갑질까지 겪어야 하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항공사들의 하드블록 강매가 노골화하고 있다. 장기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여행사들은 후환을 걱정하면서도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좀처럼 블록 계약 소식이 없는 시즌이지만 올해 8월은 하드블록을 두고 항공사와 여행사간 긴장감이 팽팽하다. 일본 여행 보이콧이 본격화되며 많은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감축하고 기수를 다른 지역으로 돌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항공사들이 증편 및 신규 취항 편에 대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행사에 하드블록 계약을 강요하는 것이다. A 여행사 관계자는 “약 한 달 전부터 여행사와 항공사 간 실랑이가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이 안 좋아 가진 좌석도 안 팔리는데 추가 좌석을, 그것도 하드블록을 강요하니 여행사는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신규 공급이 이뤄지는 주요 노선 대부분에서 하드블록 요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꾸옥 노선 등 베트남을 비롯해 캄보디아, 라오스, 타이완 노선 등 다수가 거론된다. A여행사 관계자는 “일부 항공사는 강경한 태도로 하드블록을 요구하고, 일부 항공사는 회유하려는 태도로 하드블록을 요구하고 있다”며 “일부 구간의 경우 실무자 선에서 협의가 불가능해 회사 차원에서 응대할 필요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항공사 관계자는 “시장이 좋았을 때는 잠재성이 높아 여행사들이 적극적으로 좌석을 요구했다”라며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갈등이 빚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항공사가 굳이 하드블록을 강요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지난 2분기 국내 항공사 실적이 급감해 당장 수익성 확보가 급한 상태다. 그러나 여행 경기는 계속 침체되고 있어 좌석 소진률은 물론이고 출혈 경쟁 심화로 인해 계속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하드블록은 항공사가 꺼내들 수 있는 최선의 카드인 셈이다. 수익 보전이 무조건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사들은 항공사들의 하드블록 강요가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행 경기 불황은 항공사는 물론이고 여행사에게도 타격을 입히고 있는 공동의 문제라는 것이다. C여행사 관계자는 “서로 경기가, 사정이 안 좋은 줄 아는 상황인데 혼자 살겠다는 태도”라며 “힘든 상황에서 갑질까지 버티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여행사의 저항은 지속될 전망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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