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수의 잘 팔리는 세일즈] 예스맨(Yes Men)의 장막을 걷어 내자
[오형수의 잘 팔리는 세일즈] 예스맨(Yes Men)의 장막을 걷어 내자
  • 오형수
  • 승인 2019.09.2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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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수
오형수

일본 관광 보이콧, 환율 상승, 글로벌 경기 악화 등 여행업계에 악재가 가득하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의외로 조용하다. 일본 관광 보이콧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음에도 특별한 대책이나 전략 또는 신상품을 내놓은 여행기업이 없다. 문제가 사라질 때까지 버티기 위해 비용 절감용 비상경영 단계의 상향과 일본 관련 부서의 직원 이동 발령, 무급 휴직 검토 등 십 년 이상 써먹은 낡은 카드만 내놓거나 만지작거리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여행업계에도 여행전공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실력 있고 자기주장이 강한 신입사원들이 입사해 조직 활성화와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기반으로 서비스와 상품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그런 직원과 여행기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들이 여행업계를 떠났거나 조직에 순응하는 직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조건과 비전을 제시하는 곳으로 떠난 것이라면 별수 없다. 그러나 몇 년 만에 조직에 순응해 경영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경영진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온순한 ‘예스맨’으로 변모한 것이라면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시카고대학교 캐니스 프렌더개스트(Canice Prender-gast) 교수는 2003년 발표한 논문 <예스맨에 관한 이론(A Theory Of Yes Men)>에서 이렇게 말한다. “대리인이 주인에게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주인이 평소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사실을 간파한 대리인은 주인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사탕발림하는 것이 자기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즉 주인이 주관적 평가지표에 의해 대리인을 평가할수록, 대리인은 주인에게 아부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대리인은 직원이며 주인은 경영진이다. 예스맨 문화는 기업의 성패가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정확하게 보고, 활용해 빠르게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가에 달린 현대 사회에서 경영진의 최선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는 부서나 팀에서 경영환경이나 시장과 관련된 정보보다 경영진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지를 더 잘 알고 있다면 그들은 그들의 말과 행동을 경영진에게 맞추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대리인인 직원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진실과 사실이 아니라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영진을 속이는 일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경영진 스스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학습하지 않고 올바른 정보에 대한 보상과 잘못된 정보에 대한 벌칙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면 예스맨은 언제나 주인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경영진이 사탕발림인 예스맨의 정보를 더 신뢰하고 그들을 주관적인 평가지표(기분대로)로 평가하여 인사상 또는 금전적 보상을 제공한다면 그런 조직은 직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마저 왜곡돼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거나 그 정보에 기반해 직언하는 직원은 자리를 잃거나 떠나고 만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또 다른 예스맨이 차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2016년 한국의 기업문화와 관련해서 한 외국인 임원은 “한국 기업 임원실은 엄숙한 장례식장 같다.” “불합리한 지시에도 와이(Why), 노(No)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Yes) 걸 보고 쉽게 개선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다. 몇 년 전 이야기지만 그가 본 한국의 기업문화, 특히 경영진의 기업문화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이 외국인 임원이 여행업계에 근무했더라도 비슷한 평가를 했을 것이다. 여행업계가 생존에 위협을 받을 만큼 절대 위기 상황임에도 직원들이 경영진이 추진하는 신사업과 프로젝트에 대해 요구도 없고 지적도 않고 경영진의 생각과 다르거나 마음에 썩 들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와 신상품을 제안하지 않는다면 예스맨의 장막에 갇힌 것이 아닌지 스스로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결국 예스맨의 거짓은 기업과 경영진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글 오형수
K-TravelAcademy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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