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영덕해맞이공원&백암온천여행 1박2일 上

청송은 개성이 확실한 여행지다. 보고 먹을 것이 분명하다. 마침 청송의 매력이 가장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이 오고 있다

주왕산 트레킹은 대전사에서 시작된다. 대전사 뒤로 주왕산이 영험한 자태로 솟아있다
주왕산 트레킹은 대전사에서 시작된다. 대전사 뒤로 주왕산이 영험한 자태로 솟아있다

주연 배우 확실한 청송여행


청송 여행은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지가 주연이고 솔기온천, 송소고택, 달기백숙, 사과가 조연이다. 야송미술관과 객주문학관도 있지만 주연이 워낙 막강해 존재감을 내세우기가 어렵다. 여행 좀 다닌다는 이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다. 예측 가능한 답이 돌아온다. 맛집을 검색해도 열에 아홉은 백숙이다. 덕분에 청송에서는 결정장애와 정보의 홍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단 가고, 보고, 먹고, 몸을 담가 보면 된다. 


우선 주왕산국립공원으로 가자. 주왕산 트레킹은 체력과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1단계라고 할 수 있는 용추폭포까지는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길이 험하거나 가파르지 않아서 누구나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트레킹은 주왕산 입구 대전사에서 시작한다. 대전사 뒤에서 영험함을 뽐내는 기암봉은 주왕산의 특징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주왕산은 계곡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산이다. 크지는 않지만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국립공원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여름의 끝자락. 전날부터 오전까지 내린 비로 주왕계곡은 물이 가득했다. 시원한 바람까지 더하니 맑고 상쾌한 천연 ASMR의 완성이다. 계곡을 따라 산을 오르면 학소대, 급수대, 석병암, 시루봉 등 재미난 이름의 봉우리와 바위가 이어진다. 아들바위도 있다. 왼손으로 돌을 쥐고 가랑이 사이로 던져 바위에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안내판에는 한복 입은 여자의 시연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남자도 종종 돌을 던진다. 아들바위 사진을 개인 SNS에 올렸더니 딸만 3명인 지인이 ‘자신도 던졌는데 3번 떨어졌노라’고 댓글을 달았다. 바위에는 이미 더 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돌이 빼곡하다.


주왕계곡은 정부가 뽑은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 중 경관부분 우수상을 받았다.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 등 여러 폭포가 색 고운 단풍과 어울리는 가을이면 절정을 맞는다. 용이 승천한 곳이라는 용추폭포는 선녀탕과 구룡소로 이어지는 3단 폭포. 폭포로 가려면 용추협곡을 지나야 하는데 협곡 입구에 들어서면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불며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암벽을 따라 데크를 놓아 폭포를 관찰하며 산을 올라갈 수 있는 협곡 안 풍광은 중국의 장자제가 연상될 정도로 이국적이다. 

해가 뜨고 지면서 빛에 따라 천만가지 표정을 연출하는 주산지
해가 뜨고 지면서 빛에 따라 천만가지 표정을 연출하는 주산지

왕버들 생명력으로 신비한 주산지


주왕산만큼 유명한 곳이 주산지다. 주산지는 1720년에 농업용수를 모으기 위해 만든 인공저수지다. 가로 200m, 세로 100m에 깊이가 8m인 아담한 저수지지만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걸 감안하면 만만한 규모가 아니다. 기록에 따르면 만들고 한번도 바닥을 보인 적이 없다고 한다.


물에 잠긴 채 자라는 능수버들과 왕버들은 주산지의 상징이다. 운무가 깔린 어스름한 새벽이면 물에 비친 왕버들의 신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의 발길이 여전하다. 사실 왕버들은 물과 친하지만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나마 주산지의 왕버들은 호흡근을 발달시켜 숨을 쉴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세월이 지나고 수령이 많아지면서 수세가 예전에 비해 많이 약화됐다. 부러지거나 죽은 나무도 드문드문 볼 수 있다. 물도 좋지만 주변의 산책로도 아늑하다. 저수지 둘레를 온전히 돌 수는 없고 끝에서 끝을 절반 정도만 보고 다시 걸어 나와야 하는데 나무가 우거져 느긋느긋 산책하기에 좋다.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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