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허브빌리지는 계절별로 색색의 빛깔로 관람객을 맞는다
연천 허브빌리지는 계절별로 색색의 빛깔로 관람객을 맞는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는 물러가고 하늘은 한 뼘쯤 자란 것 같았다.  그날, 예쁘게 핀 무지개를 만났다. 

 

●가을엔 무지개가 뜬다 


연천으로 가는 길 내내 심장이 요동쳤다. 평화수도, 통일동산, 평안동산…. 서울을 벗어나자 드문드문 이런 표지판이 보였다. 앞과 옆으로 종종 군용차가 지나가기도 했다. 먹먹했고 다소 초조했다. 그 느낌이 생소했지만 알아챌 수 있었다. 점점 북한 땅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허브온실 안에는 사계절 허브향이 가득하다
허브온실 안에는 사계절 허브향이 가득하다

긴장감이 감도는 마을, 굽이굽이 속살을 파고들어갔다. 엄마 품에 얼굴을 파묻은 어린아이처럼. 그 속엔 세상물정 모른다는 듯 평온한 마을이 쏙 박혀있었다. 이름은 허브 빌리지. 바깥과 다르게 따뜻하고 밝고 고요했다. 작지만 큰 마을을 산책하기 위해 지도를 펼쳤다. 때마침 정원에 안젤로니아(Angelonia)가 곱게 피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정문 오른쪽 안젤로니아 가든부터 아기자기하게 동선이 나 있다. 정원에는 봄이면 보랏빛 라벤더가 피고 여름이면 백합이, 가을이면 안젤로니아가 핀다. 하염없이 맑은 하늘 아래, 그날 정원에는 안젤로니아의 알록달록한 색이 층층이 물결을 이루어 무지개를 만들었다. 그래서 안젤로니아 가든의 또 다른 이름은 무지개 정원이다. 

세련미가 돋보이는 화이트 가든
세련미가 돋보이는 화이트 가든

무지개 정원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빙 돌아 걷기로 한다.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는 거북이를 닮은 바위 소원석과 바로 옆 신라 말 고려 초에 지어진 삼층석탑을 지나 연꽃이 동동 떠 있는 사랑의 연못까지 이어진다. 허브 빌리지에는 정원만 여럿인데 밤나무 몇 그루에도 밤나무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소박하고 후하다. 허브 빌리지에서 가장 세련미가 돋보이는 정원은 ‘화이트 가든’이다. 물을 담고 있는 직사각형 가든 너머로 임진강 물줄기가 이어진다. 자세를 낮춰보면 정원은 임진강 물줄기와 이어지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담담하게 자리한 새하얀 벤치 하나가 멋을 더했다. 


허브 빌리지에서 가장 애정을 받는 곳은 허브온실이다. 시린 겨울이 와도, 후덥지근한 여름에도, 텁텁한 미세먼지가 급습해도 사계절 내내 안전한 곳. 유리 천장 아래 가을볕이 그대로 따사로운 온실 속, 새소리도 정겹다. 100여 가지의 초록초록한 허브 향을 한껏 머금고 나오니 마음도 하늘만큼 맑다. 


연천 허브 빌리지
주소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로 20번길 37
입장료 성인 7,000원, 소인(36개월 이상~초등학생) 4,000원

 

글·사진=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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