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여행업에도 비대면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항공권을 발권하고, 출국할 때까지 고객은 단 한 번도 항공사 직원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여행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 속한다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과 기계 사이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사람은 빠르게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항공사들이 셀프 백드롭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적사 중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서울, 진에어가 셀프 백드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8월 28대 규모의 자동수하물 위탁 서비스 존을 오픈했고, 대한항공은 9월 일반석 카운터를 셀프 체크인 전용 수하물 위탁 카운터로 전환했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기기가 들어서고 나서야 변화를 몸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는 현장에서 배신감을 안겼다. 휴가 때 찾은 셀프 백드롭 기기 앞에는 체크인 카운터보다 훨씬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대기줄이 빠르게 해소될 거라 여겼건만, 무엇이 문제인지 기기가 자꾸 짐을 뱉어냈다. 결국 항공사 직원들이 기기 당 한 명씩 붙어 친절히 수하물을 부쳐주는 상황이 연출됐다. 기계가 사람을 도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기계를 도운 것이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에 일반 카운터를 운영하는 게 낫겠다”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행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여행업계는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항공사와 여행사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희망퇴직 및 무급휴직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재산’이라더니 불황 앞에 어느새 사람은 ‘부담’이 돼버렸다. 


여행업은 섬세한 서비스가 필요한 업종이다. 제 아무리 편리하다지만 캐리어를 몇 번이고 뱉어내는 기기는 한 번에 꼼꼼하게 처리해주는 사람만 못하다. 이는 항공업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고객들의 일정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체크해야하는 여행사들도 마찬가지다. 계속되는 침체 속에 제 살을 깎아내는 여행업계의 심정이 십분 이해되기는 하지만, 함께 찬바람을 이겨낸 업계 전문가야말로 대체될 수 없는 자산이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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