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은 가 볼만한 가치가 없는 곳이 아니라 ‘몰라서 모르는’ 곳이라 안타깝다. 태평양만이 가진 매력을 발견한 사람들은 이곳에 지독한 애착을 갖는다. 앞으로 태평양이 국제사회에서 발휘하게 될 힘까지 가늠해보면 그동안 몰라본 걸 반성하게 될 테다. 

제6차 한-태평양도서국고위관리회의에서 인적교류 부문 사업성과를 발표하는 태평양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제6차 한-태평양도서국고위관리회의에서 인적교류 부문 사업성과를 발표하는 태평양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제6차 한-태평양 도서국 고위 관리회의 포스터
제6차 한-태평양 도서국 고위 관리회의 포스터

●태평양으로 옮겨진 세상의 중심


고대 세상의 중심은 지중해였다. 근현대의 중심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겨왔다. 사이먼 윈체스터 교수의 저서 <태평양 이야기>에 따르면, 대서양에서 탄생한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트랜지스터는 서쪽으로 건너가 전후 일본 재도약의 도화선이 됐다. 반도체의 중심은 미국에서 일본으로, 다시 한국으로 넘어와 우리나라의 핵심경쟁력이 됐다. 또 언젠가는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다. 이처럼 세계를 바꾼 핵심 산업과 문화의 흐름이 이와 비슷한 경로를 따랐다는 것이 사이먼 교수의 분석이다. 

태평양은 동서양이 조우하는 곳이다. 일본은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와 태평양의 맹주가 되려다 패전으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제 중국이 이곳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해로와 해양 통제권 장악이 필수인지라, 수송과 군사적 전략기지에 놓인 태평양 도서국들에게 쏟아 붇는 경제적 지원과 정치적 압력이 무리해 보인다. 


미·중 갈등은 무역전쟁 뿐 아니라 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군비경쟁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는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을,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구상(Indo-Pacific Initiative)’을 미국의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으로 내놓았다. 

●남의 집 불구경하듯 


대륙과 달리 바다는 하나로 이어진 공간인지라 중국과 일본을 사이에 두고,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사와 독도를 두고 아직도 일본과 실랑이를 하고있는 우리로서는 앞으로 국제사회의 지지에 국익과 자존심을 걸어야 할 상황을 빈번히 맞을 것이다. 이때 우리의 손을 들어줄 친구들이 필요한데,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이 갖고있는 14개의 표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이런 시점이 오면 태평양이 미국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태평양’은 그저 평온하고 아름다운 섬나라 정도로 가볍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심지어 태평양에 14개의 국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앞바다’인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도는 아시아, 유럽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한국과 태평양을 잇던 유일한 직항노선인 대한항공의 인천-난디 비행편도 지난 10월1일부로 단항됐다. 거리로 따지면 가장 가까운 태평양 도서국인 팔라우까지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지금도 연결하고 있지만, 수요 감소를 이유로 운항편수를 줄이거나 목적지를 괌으로 돌리는 등 불안정한 운항을 하는 중이다. 요금도 턱없이 비싼 편이다. 교류를 확대하려면 사람과 물자가 오고 가야 하는데 한국과 태평양을 잇는 손발인 항공 연결망이 이렇게나 어렵다. 

외교부 아시아 태평양국 이상렬 심의관과 담당자들
외교부 아시아 태평양국 이상렬 심의관과 담당자들

●정부가 돌봅니다


단순히 여행지로 서열을 메긴다면, 태평양은 아직 불모지다. 우리가 아직 ‘태평양을 온전히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나섰다. 


지난 10월15일 부산에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이 주최한 ‘제6차 한-태평양 도서국 고위 관리회의(The 6th Korea-Pacific Islands Senior Officials’Meeting)’가 13개 태평양 도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 간의 고위급 회의는 우리나라와 14개 태평양 도서국 간 각종 의제 협의를 위해 2011년부터 정례적으로 개최한 회의다. 3년마다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고 회기 간에는 매년 고위 관리회의가 열린다. 이번 고위관리 회의는 △인적·경제적 연계성 증진 △기후변화 △해양·수산 협력 △한반도 정세 및 태평양을 둘러싼 국제 정세 등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14개 태평양 도서국은 파푸아뉴기니, 피지,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팔라우, 미크로네시아연방, 나우루, 마셜제도, 키리바시, 투발루, 사모아, 통가, 니우에, 쿡제도로 모두 자치권을 가진 독립국으로, 이번에는 니우에를 제외한 13개국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인적·경제적 연계성’ 회복과 증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인천-피지 직항은 사라졌지만, 호주, 뉴질랜드, 일본, 홍콩 등을 통해 태평양을 잇는 방안과 지원책을 마련한다. 전에는 직항 덕분에 피지가 집중적으로 수혜를 입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항공 연결망을 활용해 태평양 도서국 전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항로개척을 위해 사모아 등 아직 항공협정이 없는 태도국의 현황을 파악하고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가장 가까운 태평양인 팔라우에 저가항공(LCC)을 띄우는 방안을 마련하고, 팔라우, 마샬제도를 제2의 괌, 사이판으로 개발하자는 새로운 항로 개척을 위해 사모아 등 제안과 의견들도 오갔다. 전통적으로는 항공사와 여행사가 나서서 개발하던 신규시장에 정부가 큰 힘을 보태게 된 것이다. 


내년에는 외교부 산하에 태평양 센터(가칭)가 신설될 예정이다. 태평양을 우리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한국과 태도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외교부 직접 나선 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태평양과의 인적, 물적교류를 위해 펼칠 다양한 활동들이 기대된다.


●끝없는 태평양 이야기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피지, 파푸아 뉴기니, 솔로몬, 마샬제도, 팔라우, 마이크로네시아 그리고 프랑스령인 월러스 퓨튜나, 뉴칼레도니아, 타히티, 영국령인 핏컨스 등은 언급조자 하지 못했다. 못 다한 태평양의 섬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는 소셜미디어와 블로그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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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글=남태평양 관광기구 박재아 대표
Daisy Park, Representative, Pacific Tourism Organization
사진= 태평양 관광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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