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체감하기 어렵다. 매일 통계 수치를 보며 일본 보이콧이 지속되고 있음을 머리로는 인지했지만, 와닿지는 않았다. 지난 달 일본 출장으로 오사카행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깨달았다. 외국인들 사이에 덩그러니 홀로 한국인임을. 한국인의 냄비근성이 어디가겠냐며 조롱하던 SNS글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잠깐 끓고 말기는커녕 불매는 여전히 불타고 있다. 


일본 최대 인바운드 트래블마트인 VJTM에 다녀왔다. 사전 매칭 및 자유 상담은 물론 웰컴 리셉션에서 다양한 일본 여행업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모두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한국 상황은 어떤가요?” 부정적인 대답 말고는 마땅히 해줄 말이 없었다. 당장에 가족조차도 귀국길에 아무것도 사오지 말라 당부할 정도였으니. 슬쩍 어렵다는 뉘앙스로 운을 떼자 비즈니스 미팅은 이내 하소연의 장으로 변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한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윗선에서는 한국 대신 유럽이나 미주 등 다른 시장을 공략하면 되지 않냐며 압박을 주기도 한다”며 “한국 시장이 살아나야 인바운드 전체가 살아나는데 실무자 입장에서는 현재 한국과 장거리 시장 모두 까다로워 답답할 뿐”이라고 전했다.  


잘될 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더니, 안될 땐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자는 태도는 다소 안일해 보인다. 올해 전년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중국 다음으로 큰 인바운드 시장이다. 일본은 2020년 외래 관광객 4,000만명을 목표로, 단거리 리피터 고객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외교적 문제로 한국 대상 프로모션까지 모두 중단된 상태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돌아볼 때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 시장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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