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올 한해 여행업계에는 여러모로 부침이 많았다. 경기 불황이며 오락가락한 환율, 보이콧 재팬의 영향으로 인한 여행수요 감소 등 굵직한 악재가 겹치고 장기화되면서 여전히 힘든 고비를 넘는 중이다. 


당장의 매출도 중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더 깊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내년도 사업 계획이다. 11월 말 현재 대다수의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 준비에 한창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취재원들을 만나면 대부분 내년 여행시장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물론 희망적인 이야기보다 어둡고 침울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내년을 전망하고 계획하겠냐며 한탄하는 이도 있다. 이게 다, ‘불안’해서다. 


2020년은 과거 대다수의 기업에게 무언가를 다짐하게 만들었던 강박 같은 미래였다. 짧게는 5년 전, 길게는 10년 전, 많은 기업들이 2020년을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 계획을 세웠다. 너도나도 ‘2020 비전’을 선포하기 바빴다. 일례로 여행업계의 양대 홀세일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2010년 발표한 ‘2020 비전’을 찾아봤다. 당시 하나투어는 ‘글로벌 1위 문화관광그룹’이라는 비전 아래 그룹 전체의 수탁고(총판매금액)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모두투어가 그린 2020년 비전은 ‘종합여행기업’이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여행 기업들이 스스로 그린 청사진에 가까워졌을까?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세운 계획을 얼마나 잘 실천하고 실현했는지 결과를 살펴볼 날이 머지않았다. 물론 전략과 목표는 상황에 맞게끔 수정해 나가는 것이 맞다. 10년 전 세운 목표에 맞는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급히 그려야하는 청사진이라면 2020년의 사업 계획에는 거창한 2030년의 비전은 없어도 되겠다. 모두가 패키지의 위기를 이야기 하고 있고 이는 예전부터 지겹도록 거론돼 왔지만 모두가 그렇다 할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위기는 이렇게나 성큼, 더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장기적인 계획에는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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