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주인공처럼, 방파제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들
'도깨비' 주인공처럼, 방파제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들

선교장 안쪽으로는 고요함이 흐른다. 우리네 전통가옥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풍경이다. 99칸에 이르는 거대한 가옥은 안채, 동별당, 서별당, 사랑채 등 여러 겹의 풍경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들 공간을 비밀스럽게 연결하고 있는 건 12개의 대문. 대문은 직사각형 안에 비스듬히 건너편의 풍경을 내어준다. 폴짝, 뛰어넘어 가옥의 안쪽 더 안쪽으로 다가선다. 갑자기 내린 부슬비에 마루에 잠시 앉았더니 그동안의 잡념이 무게를 잃고 사라져버린다. 300년의 역사는 사사로운 근심에 공간을 내어주지 않았다. 이것이 아마 오래된 유적과 문화를 찾는 이유일지 모른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선교장을 빙 둘러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을 걸어보거나 선교장 박물관을 찾아 옛것을 좀 더 깊이 익혀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주문진 시장의 먹거리
주문진 시장의 먹거리

주문진 도깨비도 멈춰갔던 이곳


강릉의 대표 항구 마을에 나선다. 왕년에 오징어 좀 씹어봤다면 주문진을 모를리 없다. 동해안 최고의 오징어잡이 항구로 꼽히는 곳이니까. 한낮의 주문진항에는 집어등을 촘촘히 매단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밤 출항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바다에서 잡힌 오징어는 인근 덕장에서 손질 후 건조돼 몇 마리씩 부채모양으로 좌르륵 펼쳐진 채로 포장돼 팔린다. 주문진 어시장 인근을 가득 매우고 있는 건어물 가게에는 말린 오징어들이 벽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회라고 하면 오징어가 가장 만만한지라, 오징어회를 먹는 사람을 회를 못 먹는 사람, 혹은 하수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문진에서만큼은 오징어과 회가 제일이다. 오징어로 유명하니까. 어항에서 바로 뜬 한치, 갑오징어를 슥슥 발라 초고추장에 한입 쏙, 쫄깃탱글한 것이 입안에서 톡톡 튄다. 캬, 이게 주문진의 맛이다. 


사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주문진이 오징어보다 드라마 <도깨비>로 유명하다. <도깨비>의 두 주인공이 주문진 방파제에서 명장면을 남겼기 때문이다. 파도가 부딪치는 방파제 끝, 그리고 사랑하는 두 사람. 드라마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최고의 사진 스폿으로 떠올랐다. 


주문진 방파제 인근이 되면 갓길에 열을 지은 차들의 행렬 때문에 목적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드라마 명소인 방파제에는 둘씩 짝을 지은 사람들이 긴 줄을 형성하고 있다. 차례가 돌아오면 뒷 사람이 사진을 찍어주는 품앗이가 이뤄진다. 인생사진을 남기기 위해 한껏 멋을 낸 연인들, 덕분에 안쓰는 방파제가 화사하게 반짝거린다.

 

글·사진=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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